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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한국 경제발전과 세계기록유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9 16:53

수정 2016.12.29 17:27

[여의나루]한국 경제발전과 세계기록유산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는 세계적 가치가 있는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활용하기 위해 1997년부터 2년마다 세계기록유산을 선정하고 있다.

현재 세계 107개국의 348건이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2001년 승정원일기와 직지심체요절, 2007년 해인사 대장경 및 제경판, 조선왕조의궤, 2009년 동의보감, 2011년 일성록, 5·18 관련 기록물, 2013년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 2015년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한국의 유교책판 총 13건으로 현재 중국 10건, 일본 5건을 제치고 세계 공동 4위, 아시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등재된 기록물 중에는 등재과정에서 국가 간 얽힌 역사적 사실로 인해 종종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해 중국의 1937~38년 중국 난징에서 저지른 일본군의 범죄 관련 자료 난징대학살 기록물의 등재를 놓고 일본의 반발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의 야마모토 사쿠베 컬렉션 등재를 놓고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야마모토 사쿠베 컬렉션은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메이지시대 말에 지쿠호석탄탄광의 일본인 노동자가 개인적인 관점으로 남긴 글과 그림으로 지쿠호탄광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무자의 탄압으로 악명 높았던 곳이다. 한국인에게는 오역의 역사 현장이 인류의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된다는 사실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의 등재 기준으로 크게 신빙성, 독창적, 세계적 가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신빙성의 기준은 유물의 진품, 실체, 근원지가 정확한 자료여야 하고, 독창적이라 함은 유물이 대체가 불가능한 유일한 것으로 손실.훼손은 인류유산에 막대한 손실의 초래를 의미하며, 세계적 가치란 변화의 시기를 반영하는 시간성, 세계사의 주요 주제 등을 강조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류의 중요한 기록만 등재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문화유산을 권위 있는 유네스코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 경제발전 기록'을 유네스코에 등재시키기 위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발전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대부분 한국의 고도성장기였던 1960~70년대에 초점이 맞춰져 조명돼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한국이 압축적 고도성장의 부작용인 인플레이션 경제를 치유하기 위해 채택한 1980년대의 안정화 정책이나 자율.개방정책에 세계가 주목한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금융.기업.노동.공공 등 4대부문 개혁과 전 국민이 참여한 금모으기 운동 등에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1993년 발간한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 '역사에 기록된 것 가운데 6·25전쟁 이후 40년 동안 한국이 이룩한 경제성장에 필적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국의 경제발전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 경제발전 기록은 세계유산의 기록물로 등재시켜 전 세계가 나누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 된 것이다.
밝아오는 2017년 새해에 우리의 경제발전 기록이 유네스코 기록물로 자랑스럽게 등재되는 소식이 전해짐으로써 불미한 정치.사회 상황으로 다치고 상한 국민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윤대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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