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누구를 위한 일자리정책인가


박근혜정부 국정과제는 창조경제, 문화융성, 청년일자리 창출이 핵심이었다. 이 정부 들어와 미래창조과학부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고, 창조경제예산은 30조원에 달하던 이명박정부 4대강 예산을 뛰어넘는 수준이며, 또한 문화융성을 위한 각종사업 관련 문체부 예산은 올해 7조원을 넘었고 증가율은 평균(3.7%)의 2배를 넘는다. 역대 최대규모의 일자리창출 관련 예산은 내년에 1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 대비 10% 이상 증가됐으며, 특히 청년일자리 창출에는 올해 2조원 넘게 쓰였고 내년에 30% 이상 증액될 예정이라니 예산투입만 본다면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정부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인색하다. 더구나 최근 문제 된 최순실 게이트에서 관련정책들이 개인적 치부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 또한 매우 낮은 상태이다. 예컨대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그렇게 애썼는데도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어 역대 최고수준이고 젊은이들은 거의 아무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물론 정부 당국자들은 그러한 결과가 정책 실패가 아니라 세계적 추세이고 만일 정부가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했을 것이라고 변명하거나,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당한 노력까지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환경이나 최순실을 탓하기 앞서 정부 당국자들 자신이 국정과제라는 명목으로 늘어난 예산을 이용해 완장을 찬 최순실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대체로 정부 당국자들은 예산을 미끼로 기준을 정해 지원받을 사람들을 줄 세우고, 그 기준에는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이 원하는 것들을 넣는다. 겉으로는 수요자 중심으로 지원한다면서 실제로는 공급자 편의에 맞춘 것이다. 나아가 돈을 나눠주는 조건으로 준수하기 어려운 일들을 하게 하고 가끔 감사를 통해 미흡한 것을 적발하면서 갑질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예산의 절반 이상이 줄 세우고 감시하는 일에 쓰이게 된다. 임시직 인턴자리 하나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청년일자리 예산이 정규직 고용비용보다 많게 되는 것은 이런 연유이다. 예산이 있다 보니 수요자가 싫어하는 일도 시킬 수 있어 오히려 더 문제다. 정부 예산 없이도 운영되던 야간대학은 방치하면서 청년일자리 창출한다며 수천억원 들여 추진하는 일학습병행제 성과가 인턴자리 만든 것인데, 돈의 일부는 기업과 근로자들이 부담하는 고용보험료에서 나온 것이라니 '장님 제 닭 잡아먹기'한 셈이다. 나아가 정부 당국이 수요 중심 교육이라며 만든 국가능력표준(NCS) 틀에 맞추어 강요하다 보니 기업은 불편하고 학생들도 스펙 과잉 세상에 부담 하나 더 늘어난 꼴이다. 그런데 예산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으로도 부족한지 공공기관 입사시험에까지 반영하겠다고 한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것인지 노동시장을 정부 당국자 입맛에 맞추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차라리 선심성 청년수당을 주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곳곳에 최순실, 불통 대통령과 당국자들의 편의주의가 만들어낸 일자리정책의 현재진행형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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