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여의도에서] 교육현장 성범죄 대책, 이대로 좋은가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30 16:41

수정 2016.12.30 16:41

[여의도에서] 교육현장 성범죄 대책, 이대로 좋은가

성추행.성폭력 등은 피해자에게 수치심뿐만 아니라 평생의 아픔으로 남도록 하는 악질 범죄 중 하나다. 특히 피해자는 자신이 성관련 범죄의 직접적 피해를 당했는데도 주변의 시선을 생각해야 하는 등 가혹한 삶에 놓이고, 자신이 설계했던 미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악질 범죄가 배움의 터전인 교육 현장에서, 그것도 교원들에 의해 버젓이 발생하고 있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가해자는 일부 파렴치한 교원이지만 이들의 행동이 교육현장을 진흙탕으로 만들 수 있다. 피해자는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학생들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최근 서울의 C중학교 도덕교사가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다는 이유로, S여중에서는 교사 8명이 성비위에 연루된 의혹으로 교육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공립 G고교의 성추행 사건으로 교사 2명이 직위해제 됐다.

교육당국은 이처럼 성추문이 잇따르자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성폭력이나 성매매 등을 저지른 교원은 파면이나 해임까지 엄정 처벌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실질적 대책이 될 수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교육당국 방침의 골자는 △교내 성폭력사건 은폐시 최고 파면까지 징계 △성범죄로 해임.파면 시 교단 영구 퇴출 △성범죄 교원 징계기한 60일에서 30일로 단축이다. 그러나 성폭력이나 성매매가 아닌 다른 차원의 성범죄에는 감봉, 견책 등 경징계가 가능해 교단 복귀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실제 교육부의 '초중고교 교육공무원 성범죄 비위 징계 처분 현황'을 살펴보면 올 6월까지 성범죄 비위 징계처분을 받은 교육자는 6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파면이나 해임 처분 대상에서 제외된 교원은 올 상반기 23명이다. 결국 징계 대상을 고려하면 3명 중 1명은 교직생활을 이어 나가는 셈이다.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성범죄 교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물 건너간 듯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성범죄 교원이 적발될 경우 즉시 퇴출하기로 했으나 교육부와 협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제도 시행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린 학생들의 인식 변화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쉬쉬'하는 분위기가 만연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뚜렷해지고 있다. 성추행 논란으로 당국이 진상조사에 착수한 C.S여중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 재학생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일부 학교는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학생과 특정 교사를 분리하지 않은 채 소극적인 자세로 자체 해결에 급급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경찰이나 교육당국에 수사 또는 조사를 의뢰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는데도 말이다.

교육당국은 올해 초 교원 성범죄 대처 수준이 강화된 법령 개정 이후 시도교육청 차원의 후속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중간점검에 나서는 한편 보완할 부분도 살펴보고 있다.
'사후약방문' 식의 점검으로 끝나면 안 된다. 교육 현장에서 불미스러운 성범죄가 발생하는 원인과 구성원의 인식도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백년대계'를 위해 수많은 고민과 함께 제도상 시행착오를 겪었다.
고민의 결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pio@fnnews.com 박인옥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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