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동행] 길거리보다 못한 구청 유기동물임시보호소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02 17:35

수정 2017.01.02 17:35

철창 안 나무에 밧줄로 묶어
주민들이 민원 넣어야 청소하고 물.사료 넣어줘
달아나거나 죽는 경우까지
서울의 한 구청 유기동물 임시보호소에 지난해 12월 유기됐다 구조된 개가 나무에 묶여 영하의 추위에 노출돼 있다.
서울의 한 구청 유기동물 임시보호소에 지난해 12월 유기됐다 구조된 개가 나무에 묶여 영하의 추위에 노출돼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증가와 함께 유기동물도 해마다 크게 늘어나며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일선 지자체의 유기동물 임시보호 및 관리가 엉망이어서 유기동물들이 유기에 이어 또 한 번상처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기자가 찾은 서울의 한 구청 유기동물임시보호소. 보건소 뒤편 공터에 자리잡은 이곳은 말이 보호소이지 버림받은 유기동물이 마땅히 눈이나 추위를 피할 곳도 제대로 없었다. 주변에는 흡연구역까지 있어 간접흡연에도 노출돼 있다.
유기견은 철창 안에 나무에 밧줄로 얼기설기 묶여 있었다.

2일 장기간 이 보호소를 관찰한 목격자에 따르면 인근 주민들이 이 구청에 유기동물보호소 청결 미흡과 관리 소홀 문제로 수차례 민원을 넣었으나 구청에서는 어쩌다 한번 청소를 하며 보여주기식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이 목격자는 "유기동물들이 물이나 사료 없이 오랜 시간 방치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대형견은 나무에 밧줄로 묶어놓고 방치해 비나 눈이 올 때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부실관리에 임시보호소로 들어온 동물들이 죽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이 구청은 하루 한 번 오후 2~3시께 보호동물들을 지정된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금요일 오후에 들어온 동물들은 주말 동안 답답한 철창에 가둬놓고 사료 없이 방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는 "최근에도 유기견이 물이나 사료 없이 방치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으며 임시보호 중인 유기견이 목줄을 풀고 달아나도 담당자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근처에서 택시기사가 잡아서 데리고 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이 구청에서 근무하던 사회복무요원이 임시보호소에서 죽은 동물들과 사체를 봉투에 담아 방치한 사진 등을 온라인상에 고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구청 측은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 구청 관계자는 "연간 1000마리 정도의 유기동물을 임시로 보호하는 상황"이라며 "다른 업무를 하면서 혼자 임시보호소까지 맡아 관리하다보니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동물 임시보호소는 구조된 유기동물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라 보호소와 다르게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있다"며 "구조할 때부터 상태가 좋지 않은 동물도 많아 일부는 어쩔 수 없이 죽는 경우도 있으며 여기는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게 제한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임시보호소 구역을 넓히고 시설을 개선하겠다"면서 "자원봉사자를 지정해 오전 11시에 동물을 챙기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 한 관계자는 "유기동물 임시보호소의 관리 부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이곳만이 아니다"라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진지적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