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가결 일등공신은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장 발언팽팽히 맞선 찬-반
찬 "성사땐 주가 상승".. 반 "합병 비율 불리해"
주총서 치열한 공방전
결국은 국익 선택 "엘리엇이 삼성 삼킨다"
과거 론스타 떠올리며 국민연금 찬성표 던져


2015년 7월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 당시, 발언권을 얻은 개인 주주들 사이에 의견은 찬반으로 엇갈렸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대한 반감은 공통적으로 나타냈다. 합병 찬성 의견을 밝힌 한 개인 주주는 "엘리엇이 남의 나라 기업을 송두리째 삼키려 한다.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지만 국익을 위해 찬성한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반대 의견을 내놓은 개인 주주들은 "합병이 제일모직에만 유리하기 때문에 합병비율을 조정하면 찬성하겠다"며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헤지펀드 공격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있는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동시에 보유한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표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먹튀 막아야, 속 쓰려도 '찬성'

4일 재계에 따르면 2015년 7월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삼성물산 주총장은 주주들과 언론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헤지펀드의 국내 대표기업 공격이라는 이슈에 아랍 카타르 민영 위성TV 방송사인 알자지라까지 취재를 나왔다. 때문에 기자실은 물론 주총장 밖에 설치된 TV를 통해 4시간이 넘게 진행된 주총장 내 찬반 공방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당시 주총장에서 발언권을 얻는 개인 주주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바로 '합병에 따른 주가상승'과 '국익 및 애국심'이다.

첫 번째 발언권을 얻은 개인 주주는 "삼성물산이 더 이상 건설과 상사만으로 고성장할 수 없다"면서 "주식시장의 대세가 바이오.헬스로 왔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과 합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주는 "합병하면 자산건전성도 높아진다.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합병에 따른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수백주를 소유하고 있다는 한 주주는"우리 삼성물산에는 이건희 회장의 지분이 1.4%밖에 없어 주가가 바닥에서 움직인다"면서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가 42%를 갖고 있고 나중에 합병되도 이재용 부회장 등이 주식을 팔지 않을 것이다. 대주주가 갖고 있는데 주가가 안 오를 수 있겠느냐"라고 찬성 이유를 밝혔다.

개인적으로 손해이지만 국익을 위해 합병 찬성 의사를 밝힌 주주들도 있었다.

1950주를 소유한 주주는 "과거 10년 전, SK를 먹으려고 소버린이 애를 쓰다가 물러났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점령해서 한탕 엄청 많은 액수를 튀겨서 떠났다"면서 "강대국이라고 남의 나라 기업을 송두리째 삼키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합병비율 불리해 '반대'

합병 반대 의사는 주로 합병비율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합병비율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법에 관한 법률'에 근거, 주가와 거래량을 반영해 가중평균을 계산한 기준가격에 따라 정해진다.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한 주주는 "제일모직 공모가격이 5만4000원으로 그때 삼성물산 종가가 6만2000원이다"라면서 "그날 합병했다면 우리가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직원들이 세번이나 찾아왔다는 또 다른 주주는 "지배주주가 소액주주에게 진 일이 없지만 오늘은 다를 것으로 본다"고 전제하면서 "제일모직은 액면가 100원으로 100% 배당을 줘야 100원이다"라면서 "합병비율을 '1대 0.5' 정도로 수정 제안을 할 테니 받아들이겠느냐"고 되물었다.

합병 논란을 불러온 삼성물산 경영진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한 주주는 "합병이 되건 안되건 이런 사태를 몰고와서 헤지펀드 엘리엇에 꼬리를 잡혀서 삼성이 망신을 당하고 있다"면서 "법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드시 정의이고 옳다고 할 것이냐. 합병을 철회하고 '1대 0.35' 비율을 조정해서 다시 합병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물산-모직 둘 다 가져 '찬성'이 합리적

주총 표결에 참석한 개인투자자들은 84%에 달하는 합병 찬성률을 보여줬다. 당시 옛 삼성물산 주주 구성을 보면 개인투자자의 지분은 22.06%로 국민연금 11.21%보다 2배 가까이 많아 개인투자자들이 합병의 키를 갖고 있었다. 개인 주주 입장에선 합병비율이 불리해 억울하지만 국익 차원에서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국내 대표기업에 대한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제일모직도 삼성물산만큼 보유하고 있어 제일모직 주주로서는 합병에 발벗고 나서야 하는 입장이었다. 합병 직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는 물론 제일모직 지분도 4.8%를 갖고 있었다.
금액으로는 삼성물산이 9768억원, 제일모직이 1조399억원으로 오히려 제일모직이 많았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 주총이 일사천리로 끝난 것도 제일모직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총장에서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힌 한 개인 주주는 "애국심도 발휘하는 것으로 찬성을 하지만 합병비율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찬성표를 찍을 사람도 많다"고 아쉬워했을 정도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