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美 대통령 당선자 통상팀 집중분석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06 18:03

수정 2017.01.06 18:03

‘보호무역 공약’ 실현 가능성 높아… 무역전쟁 우려 고조
인선 구성 살펴보니 통상팀 강경론자들로 구성, 제조업 일자리 미국 유턴 등 대선 공약 대부분 시행할 듯
트럼프 힘 얻을 듯.. 美, 교역국 제재 수단 많아 상대국 WTO 제소한다해도 트럼프 "WTO 탈퇴" 으름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통상팀 인선이 그의 보호주의 선거 공약이 그저 '농담'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강경론자로 구성된 통상팀의 면면으로 보면 중국에 대한 다양한 제재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등을 통해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리겠다(리쇼어링)는 대선공약을 그대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무역대표부(USTR)에서 근무했던 마크 우 하버드대 법대 조교수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공약이 "선거를 위한 단순한 수사로 끝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졌다"면서 "트럼프의 통상팀은 그가 선거 기간에 제시한 공약들을 제대로 적용할 인사들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실질적 무역정책을 총괄하게 될 USTR 대표로 지명된 변호사인 로버트 라이시저는 전형적인 반자유무역주의자다. 그는 자유교역을 주장하는 이들을 정치적으로 순진한 사람들이라고 폄하해왔다.

특히 그는 중국이 덤핑으로 시장을 어지럽힌다는 단골 주장으로 유명한 미 철강업계를 오랫동안 대변해왔다.


상무장관 지명자인 노련한 투자자 윌버 로스는 '개종한' 반중국 주의자다. 중국 예술품에 탐닉한다는 얘기가 돌았던 로스는 이번 대선 기간 반중 노선으로 전향해 중국이 교역에서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신설될 국가교역위원회(NTC)를 이끌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 교수는 대놓고 중국을 비난하는 인사다. 나바로는 NAFTA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미 경제를 나락으로 몰고 갔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 외에 중국 수입품에 특별관세를 물리고, WTO에 중국을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바로는 라이시저 USTR 대표 지명자,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와 달리 상원 인준이 필요없다.

케이토 연구소의 교역정책 연구 책임자인 대니얼 이켄슨은 "트럼프 통상팀은 교역을 제로섬(영합) 게임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팀과 외국팀 간의 대결로 수출은 미국팀에, 수입은 외국팀에 점수가 돌아가는 게임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역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 통상팀이 동원 가능한 실질적인 수단도 있다. 지금은 거의 잊힌 오래전 만들어진 미국의 통상법 조항들을 동원해 보복관세를 물리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1930년 만들어진 교역법 338항에 따르면 미 대통령은 미국에 '차별적인' 국가의 수입품에 최대 50%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USTR 고문변호사였던 존 베로노는 이 조항이 여전히 유효하며 활용 가능하다면서 이 외에도 활용되지 않아 사장되다시피 한 미 법조항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교역 상대국들에 제재를 가할 수단이 널려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이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당선자는 이런 제재수단을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화당은 트럼프 당선자의 제재 수단과 별도로 법인세율을 20%로 낮추면서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수단인 국경조정세(BAT)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품에는 비용처리를 해주지 않는 BAT가 도입되면 무역상대국들이 이를 WTO에 제소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WTO에도 부정적이다. WTO를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라이시저 USTR 대표 지명자는 2010년 의회 증언에서 'WTO 체제에 대한 단순하고 굴종적인 헌신의 주문'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자도 대선 기간 이 노선을 답습했다.

주초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의 멕시코 공장 투자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일자리 되돌리기와 관련한 자신의 공약을 착실히 실행해가고 있는 트럼프 당선자가 강경론자 일색인 통상팀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무역전쟁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USTR 출신인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우리는 지금 매우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면서 "최대 위험은 중국과의 갈등으로 이는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NAFTA 개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개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3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과거에도 재협상은 여러 차례 실패한 바 있다.
미국의 탈퇴도 역내 공급망 등을 감안할 때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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