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후보 트럼프 vs. 당선자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행보는 예상대로 요란하다. 유세 기간에 보여준 '막말 행진'과 큰 차이가 없다. 연일 올라오는 그의 트윗(트위터 글)은 인터넷을 항상 도배한다.

그러나 '대선 후보 트럼프'와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가 내뱉는 말은 분명 차이가 있다. 영향력 측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 신분이었을 당시 "멕시코의 범죄자들이 미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말했을 때 거의 모든 사람은 그를 미치광이 취급하며 비웃었다.

그러나 막상 그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여론은 그의 말에 예전에 보기 힘들었던 엄청난 무게를 실어주기 시작했다. 말을 들어보면 수준과 내용 면에서는 예전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데 국민은 트럼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국민뿐만이 아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도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부들부들' 떨면서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든...'이라는 노래를 애창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만드는 제작비가 통제불능 수준이다. 주문 취소다"라고 얘기한 뒤 보잉의 데니스 뮐렌버그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면담 뒤 뮐렌버그 CEO는 "에어포스원의 제작비용을 낮추도록 해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대형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사의 CEO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는 록히드마틴의 메릴린 휴슨 CEO와 면담을 갖고 록히드가 만들고 있는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의 비용이 너무 높다며 앞으로 군사 예산을 크게 줄이겠다고 전했다. 휴슨 CEO는 면담을 마친 뒤 "트럼프 당선자와의 만남은 상당히 생산적이었다"며 F-35 가격을 인하할 뜻을 시사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트럼프가 "미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외국에 새 공장을 짓고 미국으로 다시 물건을 쉽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런 기업들에는 보복과 대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에어컨 제조사 캐리어는 멕시코 공장 이전을 취소했다.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포드 또한 멕시코 공장 건설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포드의 마크 필즈 CEO는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당선자와 새 의회가 추진하는 정책이 이번 멕시코 공장 건설계획 철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세제와 규제 개혁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도 트럼프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GM이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차량에 대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차를 만들거나 높은 세금을 물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 비즈니스맨으로서 항상 자신을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랑해왔다. 실제로 트럼프가 지난 1988년 출간한 첫 저서의 제목도 '협상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다. 이 책은 당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무려 32주간 오른 바 있다.

트럼프가 성공적 비즈니스맨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비즈니스는 결과로 얘기한다. 더욱이 '성격 급한 사장님'인 트럼프에겐 결과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요즘 연일 정치판에서 속전속결의 결과를 얻어내며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도 전부터 국내외에서 성공하고 있다며 그를 치켜세우고 있다. 이 속도로 대통령 업무를 헤쳐 나간다면 미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100세를 맞이한 유명 배우 커크 더글러스는 "당신이 스타가 되면 당신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을 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변한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다만 "진지한 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트위터에만 만족하면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는 비판을 수용한다면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