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민간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여느때 같으면 '희망찬 새해'라는 말을 주고받았을 연초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서로가 밝고 활기찬 덕담을 건네기가 조심스러운 시기이다. 정치상황은 둘째 치고 경제상황이 매우 어렵다. 체감경기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만약 미국발 보호무역 광풍이 세계 경제를 휘젓는다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그 충격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경제가 어려운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경기침체기의 충격은 저소득층일수록 더 크게 받는다. 따라서 재정이 허락하는 한 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우리나라가 보호무역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 외 경기급락에 따른 충격완화, 그리고 경기하락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해소하는 데 있어 여러 형태의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적 위기를 계기로 정부가 비대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돈 쓰는 일이다. 이는 명분도 있고 더구나 우리나라의 재정은 아직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건전한 편이니 당장 재정위기 가능성도 없다. 그러니 정부로서는 욕심이 생길 수 있고 정치권이 이를 부추기기도 한다. 게다가 올해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만약 조기대선이 현실화된다면 새 정부는 올해 안에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찾고자 할 것이다. 이때 과욕을 부려 정부 재정으로 섣불리 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수요 또는 공급의 창출을 꾀하는 경우 그 후유증은 상당할 수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시장실패가 있는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개는 실패하기 마련이고 그 부담은 경제 전체가 떠안는다.

덩치가 커진 정부는 그 힘을 스스로 억제하기가 쉽지 않다. 공공부문은 팽창하기 마련이고 어떤 정부도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 흔히 '공공부문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고용진작 효과는 거의 없다. 결국 민간부문이 활력을 되찾고 성장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긴다. 재정을 통한 경기활성화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오히려 민간부문을 위축시킬 수 있다. 소위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율성과 창의성이 생명인 민간부문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 역동성 있는 경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돈을 써서 경제가 살아난다면야 어떤 정부가 저성장으로 고민을 하겠는가.

2017년 예산을 보니 3.5%라는 공무원 임금상승률이 눈에 들어왔다. 나름 합리적으로 산출됐겠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3.5%의 임금인상을 보장해줄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박또박 임금이 오르면서 안정적이기까지 하니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것이 이해는 되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공공부문 일자리에 수십대 1의 경쟁률이 일상적이고 공무원이 가장 매력적인 직업이 되는 나라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은 정부보다는 민간의 역할을 강조해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노파심에서 말씀드린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