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문순 칼럼] 일자리만큼은 트럼프에 배워라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1 16:57

수정 2017.01.11 16:57

글로벌 기업 앞다퉈 美 투자
국경세.규제완화 채찍과 당근
한국은 해외로 기업 내몰아
[강문순 칼럼] 일자리만큼은 트럼프에 배워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다혈질, 좌충우돌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의 공약인 일자리 만들기 만큼은 일관성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들의 손목을 비트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성과는 눈부시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나섰다. 세계 최강인 미국의 차기 대통령의 말을 누가 거역하겠는가.

'미국에 지어라. 아니면 35%의 국경세를 내야 한다'는 트럼프의 엄포에 포드와 피아트 크라이슬러에 이어 일본 도요타까지 백기를 들었다.
삼성, LG 등 우리 대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혼다, 독일의 다임러와 폭스바겐 등도 미 공장 증설계획을 잇따라 흘리고 있다. 투자규모도 수억달러에서 최대 100억달러까지 천문학적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말 신난다' '모두에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다. 한 달 전에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12명의 실리콘밸리 대표주자를 만나 일자리 창출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규제를 풀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는 35%인 법인세를 절반 이하인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의 이런 행보에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는다. 투자 판단은 온전히 기업의 몫이다. 투자를 강요하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니다. 허점도 많다.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거나 고율의 국경세를 물리면 제품값이 올라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난다. 최근 열린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상당수 경제학자들이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한 이유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물러설 것 같진 않다. 트럼프를 뽑아 준 열렬한 지지층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48.2%)보다 286만여표 적은 득표율(46.1%)로 당선됐다. 일등공신은 중서부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Rust Belt)의 백인 노동자층이다. 이들은 트럼프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일자리에 관한 한 타협이 없다는 그의 뚝심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은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해외 군사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도 결국 일자리 만들기와 맥을 같이 한다. '미국산을 구매하자, 미국인을 고용하자(Buy America, Hire America)' 트럼프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리의 고용 현실은 최악이다. 작년 12월 제조업 취업자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청년층 실업률은 10%를 넘어설 태세다. 실업자는 사상 첫 1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적폐 청산, 국가 대청소 등 뜬구름 잡는 얘기뿐이다. 좀 억지스럽고 과격해보이지만 트럼프의 실용이 부러울 뿐이다.

그제 트럼프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최고경영자인 마윈을 만나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날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4대 재벌 개혁안을 발표했다. 금산분리를 더욱 강화하고 타업종 진출을 가로막겠다는 게 골자다. 다른 야당 주자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정권을 잡으면 기업하기 힘드니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라"는 얘기와 무엇이 다른가. 경제성장과 복지의 원천은 일자리다. 일자리가 있어야 국민들이 행복하다.
일자리에 대한 정책이나 열정만큼은 트럼프를 배웠으면 한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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