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권익위,'김영란법' 한발 물러섰지만 섣부른 개정은 경계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1 17:34

수정 2017.01.11 17:34

성영훈 위원장 "시행령 개정 검토는 사실무근"
"경제적 피해와 청탁금지법 연관성 입증돼야"
지난해 9월 28일 시행 이후 이제 100일을 갓 넘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대한 개정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국민권익위원회로 집중되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청탁금지법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라"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발언이 개정 논의의 포문을 열었다. 게다가 그동안 완고하게 반대해왔던 권익위조차 "3.5.10 규정가액 한도 규정이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다"라고 밝혀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청탁금지법 100일…황 권한대행 지시에 '도루묵?'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11일 업무보고에 앞선 사전브리핑에서 "농축수산물 또는 화훼, 요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고 고용이 침체되는 상황에 대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에 대해선 공감한다"며 "경제부처의 건의나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책검토 지시 배경 역시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특히 성 위원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3.5.10 가액한도 규정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또는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것"이라며 "일종의 방향규범이기에 국민 다수의 의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3.5.10 규정'은 청탁금지법 시행령에서 허용하는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가액기준을 말한다.
그간 시행령을 규정한 가액기준 상향 요구 등에 대해 권익위가 2018년까지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하기로 한 일몰규정을 들며 '선(先)시행, 후(後)검토' 입장만 고수했던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달라진 태도다. 청탁금지법에 완고했던 권익위의 입장이 다소 유연해진 것은 황 권한대행의 발언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탁금지법 시행 100일째이던 지난 5일 황 권한대행은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청탁금지법령 개정과 관련해 향후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 도입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8일에도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타격이 너무 큰 것 같다"며 시행령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행 전부터 농수축산업은 물론 자영업 등 일부 업종의 거센 반발이 있었고, 농림축산식품부 등 유관 부처 등에서 개정 요구가 있기는 했지만 정부 수장이 공식적으로 검토 지시를 내린 것은 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청렴문화 정착'이란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 속에 법 제정이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정부 입장이 정반대로 바뀐 셈이다.

■권익위, 청탁금지법의 경제적 피해 입증 필요

그러나 권익위는 내부적으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성 위원장은 "기재부로부터 실태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바는 아직은 없다. 실태조사를 아마 진행하고 있거나 앞으로 진행해야 될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권익위는 '경제적인 피해'와 청탁금지법 사이 연관성도 제대로 입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 위원장은 "청탁금지법과 현재의 경제상황에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나 인과관계가 있는지, 가액을 올리면 과연 소비심리와 내수가 회복될지에 대해 확실한 예측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확실치 않은 경제적 타격을 이유로 법 개정은 불가하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시행령 제정 단계에서도 물가상승률 반영을 검토했었다. 3만원이면 최저임금 기준으로 약 5시간을 일해야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가액기준을) 단순히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산술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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