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치권의 ‘반기업 정서'] "글로벌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기업만 외톨이 신세"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1 17:53

수정 2017.01.11 22:12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 재계 긴장
美 트럼프정부 출범 앞두고 中.日 기업들 발빠른 접촉
中 사드 보복도 거세지는데 기업 총수들은 ‘출국금지’
세계적 흐름서 배제 당해
정치권이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로 재벌개혁을 내놓으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재계 전체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대선 화두로 재벌개혁을 앞다퉈 내놓자 재계 전체가 긴장 속에서 향후 정국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중국의 사드 보복,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등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해외 요인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정치권이 재벌개혁을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면서 재계는 글로벌 경쟁보다 국내 정치 이슈에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 바른정당 등에서조차 재벌개혁을 외치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반기업 정서를 최대한 활용해 향후 대선에서 표심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대선이 다가올수록 재벌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앞다퉈 재벌개혁을 외치는 것은 국내외 경제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인기 영합적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새누리당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법 개정안 정책 토론회에서 김정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의 탄핵정국을 반기업 정서로 연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또한 대기업 때리기가 당장 표심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주요 기업의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투자와 고용 지연으로 인해 서민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경제를 지탱할 기업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반기업 정서를 만들면 세금은 누가 내고 수출은 누가 하겠느냐"고 밝혔다.

권 원장은 특히 정치권이 대기업 때리기에만 나서고 있는 현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와 닮은꼴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 경제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와 닮은꼴로 아무도 국가경제를 걱정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특히 대통령선거 분위기에 제대로 챙기지 못해 나라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대기업 때리기가 가속화될 경우 나날이 악화되는 글로벌 경제 환경으로 인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장 일본과 중국 기업의 경우 트럼프 당선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는 특검으로부터 출국금지 조처를 당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글로벌 기업인들이 발 빠르게 트럼프 당선자와 접촉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인들이 이런 흐름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제 전쟁 속에서 한국 기업만 외톨이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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