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뉴 ICT에 5조 투자]

SKT, ‘뉴 ICT’판 키워 구글·애플과 정면승부

‘개방형 혁신’ 핵심 전략.. 3년간 총 11조원 투자해 국내 1등 경쟁 탈피
글로벌 주도권 경쟁

5000만 이동통신 가입자를 놓고 복닥거리는 국내 이동통신시장 1위 경쟁에 집착하지 않겠다. 수십억개의 사물인터넷(IoT) 가입자와 전 세계 도로를 누비는 자율주행차, 전 세계인의 생활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놓고 구글, 애플과 경쟁하겠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정치적 변수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뒤덮고 있는 2017년 새해벽두에 SK텔레콤이 5조원이라는 '실탄'을 쏟아붓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글로벌 뉴(NEW) 정보통신기술(ICT)이라는 새로운 판을 만들고, 이 큰 판에서 구글, 애플, 아마존과 경쟁해 미국 기업 일변도의 ICT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뉴 ICT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한 SK텔레콤의 핵심전략은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다. 글로벌 상위기업 순위가 5년 단위로 바뀔 정도로 '초경쟁 시대'에 돌입한 지금, 유.무선 네트워크와 서비스 등 기존의 강점은 극대화하고,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후발주자에 속하는 분야에서는 관련 업계 1등과 손을 잡아 대도약(퀀텀 점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즉 그동안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국내외 ICT업체의 각종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자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탄탄한 도로(이동통신망)만 깔아왔다면, 이제는 그 도로를 달리는 최첨단 자동차(신기술 융합서비스)도 함께 만들면서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국내 이동통신업계 맏형인 SK텔레콤이 글로벌 ICT 업계의 패권을 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텔 등과 맞손…'개방형 혁신'

SK텔레콤은 11일 5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개방과 협력'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전 세계적으로 업종과 국경을 초월한 융복합 서비스가 쏟아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의 '나홀로 연구개발(R&D)' 등 독자노선을 걸으면 그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7'에서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텔 등과 각각 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분야의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또 향후에는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등을 공동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 혼자만의 힘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뉴 ICT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며 "대규모 투자 아래 다양한 사업자들과 손을 잡고 함께 가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C&C, SK브로드밴드와 신사업 시너지 극대화

SK텔레콤은 SK그룹 내 관계사 및 계열사와도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우선 SK㈜ C&C 사업과 AI 및 클라우드컴퓨팅(클라우드)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모색 중이다. SK텔레콤의 모바일 내비게이션인 'T맵' 등 위치정보 서비스와 SK㈜C&C의 클라우드 역량을 결합해 자율주행에 필요한 솔루션 기반을 구축하는 형태다. 또 SK텔레콤의 음성인식 AI서비스 '누구'와 SK㈜C&C가 IBM의 AI플랫폼 '왓슨'을 기반으로 만든 '에이브릴'이 결합될 가능성도 높다.

이와 함께 미디어 부문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와는 네트워크와 콘텐츠를 결합하는 형태의 '수직통합'이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 이동통신업체 AT&T가 미디어 강자인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목적과 마찬가지로, SK브로드밴드의 미디어 콘텐츠를 기반으로 국내외 이동통신가입자를 유치하는 전략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글로벌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주요 콘텐츠 업체와 협력은 물론 우리가 보유한 콘텐츠를 글로벌화하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M&A 전략가' 박정호 사장의 'ICT 새판짜기' 귀추 주목

SK텔레콤의 이번 대규모 투자와 개방형 혁신 전략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제시한 '틀을 깨는 혁신'과 맞닿아 있다. 당시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최 회장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갑작스러운 죽음)를 맞이할 수 있다"며 파괴적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정호 사장의 승부사 기질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ICT 새판짜기'가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SK텔레콤의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은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날 SK텔레콤의 주가는 장 초반부터 강세를 기록하다 전날보다 1.11%가량 오른 22만7500원 선에서 마감됐다.

대신증권 김회재 애널리스트는 "이번 투자발표에서 SK브로드밴드 및 SK플래닛의 투자액을 제외한 SK텔레콤의 추가 투자금액은 약 2조~3조원으로 추정된다"며 "SK텔레콤 별도 기준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이 1조5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과도한 부담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기존 이동전화 사업이 정체상태인 상황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발굴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