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책]

이대원 '소나무'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우리의 옛것

미술에 재능을 보였지만 부모의 반대로 법학을 전공해야 했던 화가 이대원(1921~2005)은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자신만의 독특한 경지를 이뤘다. 선명한 색채와 경쾌한 붓 터치로 가득한 이대원의 화폭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들이 포착돼 있다. 대담한 구도로 단편화해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놓쳐버리고 마는 일상 속 자연 소재의 미감을 일깨워준다. 화가의 눈으로 세심하게 찾아낸 일상 속 미감은 1970년대까지는 고전미(古典美)였다. 동양적인 면모가 짙은 소재들을 채택해 소박하게 재구성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에 대한 찬미를 '농원'이라는 소재를 통해 다양한 색채로 풍요롭고 찬란하게 표현했다.

1976년 제작한 '소나무'는 두 그루의 소나무를 화폭 전면에 가득차게 배치했다. 나무의 하단을 묘사한 듯 보이지만 돌담의 높이와 돌담 너머의 나무들을 볼 때 소나무의 크기와 그 위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뒷면에 작품의 제목을 '소나무'라고 명시해뒀는데, 나무와 돌담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에서는 대체적으로 '담'을 제목으로 삼고 있음을 볼 때 이 작품에서는 소나무라는 소재를 부각시키고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의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나무가 있는 고궁의 담은 작가가 한때 즐겨 그렸던 주제 가운데 하나로 작가는 이즈음 옛것을 향한 그리움을 표출했다고 한다. 특히 건축미술에 있어 그 그리움을 크게 표출했는데 올바른 계승과 전수를 작품에 녹여내고자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1977년 5월 가진 개인전을 소개하는 기사에 대표작으로 실리기도 한 이 작품은 제작한 이듬해에 환갑을 맞이한 지인에게 선물해 장수와 번영을 상징하는 소나무에 대한 전통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현희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