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상업’과 ‘한일’에 발묶인 ‘우리’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2 17:41

수정 2017.01.12 17:41

[기자수첩] ‘상업’과 ‘한일’에 발묶인 ‘우리’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이 16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순간, 올해 우리은행 내부에는 축제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10여년간을 행장에서 임직원들까지 '숙원사업'이라고 외쳐온 민영화를 이룬 후 첫해가 아닌가. 그간 우리은행 임직원부터 "민영화만 되면…" 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온 탓에, 정부 지분이 민간 투자자의 손에 넘어가는 순간 그동안의 '핸디캡'이 모두 해결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간 경영 약점으로 지적돼온 '외풍' 문제보다 '파벌'이라는 더 큰 문제가 내부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민영화 성공에 이어 우리은행은 새해 곧바로 과점주주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정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증명하기 위한 첫 시험대로 차기 행장 선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는 그간 행장 선임에 작용했던 정부의 입김 대신, 공정한 선임절차를 통해 차기 행장을 선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증명하듯 임추위 관련 간담회를 열고 후보 등록자를 공개하는 등 그동안 행장 선임과정에서 볼 수 없었던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부 사정은 다르다.

주요 후보군의 출신에 따른 파벌 형성이 이슈가 되고 있다.

차기 행장이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이동건 그룹장 간 경쟁구도로 압축되자, 이를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간 경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내부에서도 상대방 출신 은행에 대한 비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일은행 출신 측은 상업은행 출신이 연이어 두번이나 행장을 맡았다며 이번엔 한일 출신이 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에 대해 상업은행 출신 측은 대신 수석부행장.그룹장 자리에서 한일은행에 더 많은 배석을 했다고 주장한다.

경영진도 그간 출신에 따른 '50대 50' 비율에 얽매인 인사문화에 힘 없이 순응했다.


언론이 한일.상업은행 파벌경쟁 구도 형성에 한몫했다는 것도 인정한다.

이런 상황을 보며 외풍이 아닌, 파벌 문화 타파가 통합 16년째를 맞이한 우리은행의 진정한 숙원이 돼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상업과 한일은행 출신이 하나의 이력이 되지 않기를. 임직원 모두가 '우리'라고 말하는 우리은행을 기대한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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