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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한경희 신화'와 좌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5 17:18

수정 2017.01.15 17:18

인간 수명은 어느덧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산업 생태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미국에서 1896년 '다우존스산업평균 주가지수'가 처음 산정될 때 12개 대상 기업 중 현재 GE 하나만 살아남았다니….

조지프 슘페터는 1912년 '경제발전론'을 통해 자본주의 역동성의 원천으로서 혁신을 강조했다. 즉 이윤은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행위'로 인한 생산요소의 새로운 결합에서 파생된다고 설파한 것이다. 그는 이후 다른 기업인의 모방으로 자연스레 이윤이 소멸되고, 새로운 혁신적 기업가가 출현해야 다시 사회적 이윤이 생성된다고 보았다.

결국 슘페터는 끊임없는 혁신이 없는 한 기업의 부침은 불가피하다고 본 셈이다.
산업화가 늦게 시작된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다. 일제 시절 거부였던 박흥식의 화신백화점을 비롯해 대우.국제.신동아.대농 등 명멸했던 기업이 어디 한두 개였나.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는 기술혁신 주기가 빨라진 21세기에 더 딱 들어맞는 논리일 듯싶다.

스팀청소기라는 혁신제품으로 대박을 쳤던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경희 대표가 1999년 설립한 이 회사가 자금난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에 들어가면서다. 500만개 넘게 판 스팀청소기 이후 뚜렷한 후속타를 내놓지 못해 존립 위기에 처한 형국이다.

공무원이자 주부였던 한 대표는 한때 벤처업계의 신데렐라였다. 무릎 꿇고 걸레질해야 하는 고충을 일거에 해소하는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은 결과였다. 하지만 블루오션이 피 튀기는 레드오션으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스팀청소기 시장에 유사하면서도 더 값싼 제품이 쏟아져 들어왔다는 차원에서다.

애초에 스팀청소기는 국내시장 친화적이라는 한계도 있었다.
이는 우리처럼 마루.장판이 아닌, 카펫이 깔린 주거환경이 대종인 글로벌 시장 진출에는 제약조건일 수도 있었을 듯하다. 가뜩이나 한국 경제가 일자리 몸살을 앓고 있는 터에 모처럼 쌓아올린 여성 벤처 신화가 무너진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미래사이언스가 사업다각화와 '창조적 파괴급' 기술혁신으로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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