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위기극복이 먼저다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5 17:18

수정 2017.01.15 17:18

[차장칼럼] 위기극복이 먼저다

경제민주화. 1987년 민주화와 노동운동 바람을 타고 개정된 헌법(119조2항)에 처음 등장한 말이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국가의 시장 개입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돼 금산분리 등이 도입되는 단초가 됐다. 대기업 반감이 깔린 '경제민주화'의 헌법조항 삽입을 주도한 인물은 당시 민정당 의원으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다.

법률전문가 외에는 아는 사람이 드물었던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은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널리 알려졌다. 경제학에도 없고, 정치적·법적 용어도 아니다 보니 개념의 모호성 때문에 백가쟁명식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제부문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강화해 무너져가는 계층상승 사다리를 복원하자는 데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경제민주화는 실체적 각론이 정립되지 않았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주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법이라는 그릇에 담아낼 것인지조차 안갯속이다. 그럼에도 위정자들은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설익은 경제민주화를 단골 공약으로 내세웠고, 개혁의 핵심은 늘 재벌로 모아졌다.

현재도 다르지 않다. 최근 야권 유력 대선주자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들끓는 민심을 파고든 재벌개혁 공약을 내놨다. 온통 기업을 옥죄는 내용이다.

한국 경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트럼프 리스크와 금리인상, 중국의 전방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무역보복 등 살얼음판 위에서 국정운영 마비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고, 스타플레이어 기업들은 최순실게이트 늪에 빠져 경영시계가 멈췄다.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 부재로 기업들이 각자도생으로 생존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규제개혁이 아닌 규제강화는 공멸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투자위축을 부르는 규제로는 100만명 실업자 문제와 저성장기조 탈피의 해법모색도 요원하다.

경제민주화는 경제성장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는 경제의 중심축인 기업들이 생존해야 가능하다. 외환위기와 같은 시기엔 공론화조차 어려운 말이다.

공정한 경쟁 속에 자유로운 경영활동으로 기업과 국가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대기업들은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한 자정노력과 낙수효과 강화로 경제민주화=재벌개혁이라는 공식의 틀을 바꿔나가야 한다.
한국은 현재 산중수복(山重水複)이다. 갈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난제가 가득한 형국이다.
정부, 기업, 국민이 삼위일체로 한국 경제의 총체적 난국을 돌파할 길부터 찾아야 할 때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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