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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다보스의 시진핑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7 17:02

수정 2017.01.17 17:02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된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가 내건 올해의 주제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에 대한 우려가 배경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으로 막아보자는 취지다.

다보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도자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그는 '포용적 세계화'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인류공동체 구축을 위한 개발과 협력 그리고 경제 세계화의 필요성을 호소할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들이 고립주의로 선회하고 있는 틈을 재빨리 낚아챘다.
패권경쟁 상대인 미국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자유무역을 기치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난제는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양극화 극복이다. 이는 이번 포럼의 소주제이기도 하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은 포럼 개막 하루 전인 16일 '99%를 위한 경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세계 최상위 부자 8명이 보유한 재산 합계액(4262억달러, 약 502조9160억원)이 세계 하위 50%인 36억명의 재산과 같았다는 내용이다. 더 놀라운 것은 지난 2010년에는 같은 액수가 되기 위한 세계 슈퍼리치 수가 388명이었다는 점이다. 소수에 의한 부의 집중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심화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이 같은 양극화가 대중의 인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은 대중의 분노를 악용하는 포퓰리스트(인기 영합주의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다보스에 모인 세계경제 지도자들은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자국 이기주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보호무역주의는 단기간에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 전체의 교역량이 줄어 공멸할 수밖에 없다. 다보스포럼은 세계가 비로소 양극화의 근원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퇴조와 중국의 부상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흥미롭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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