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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는 물가대책 안된다

세밑 서민경제가 팍팍해지고 있다. 최근 국내 경기침체와 주요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고용은 날로 불안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연말·설 상여금을 대폭 줄여 서민들 주머니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날마다 치솟고 있다.

초기 방역에 실패한 조류인플루엔자(AI)는 '황금계란' 시대를 만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수산물 가격도 같이 급등하고 있다. 배추 한 포기 가격(4354원)은 1년 전보다 96% 상승했고, 무의 평균 소매가격도 개당 3096원으로 평년보다 1303원 올랐다. 가공식품, 사교육비도 걷잡을 수 없다. 마치 소비자가격 올리기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안 먹고 안 쓰면' 될 수 있는 성질의 상품이 아니다. 서민이 주로 먹고 쓸 수밖에 없는 것들의 가격만 오르고 있는 셈이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4년 만에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심상치 않은 물가상승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물가를 잡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없어 보인다. 추가 대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말이다. 정부 당국자는 "새로운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미 최근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는 게 이유다. 이번 물가관계장관회의는 정부가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16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채소류의 정부 비축물량 공급을 평시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계란은 항공운송비 지원을 t당 150만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가공식품은 가격감시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 정책을 살펴보면 땜질식 단기정책에 불과하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만 잘 넘어가면 된다는 안일한 판단으로 보인다. 계란 운송비 지원도 21일 통관된 것까지만 확대 지원한다든지 채소 물량 확대도 설 기간으로 한정한 게 그렇다.

물론 정부의 예측대로 지금의 물가상승이 AI파동과 지난해 태풍 피해로 단기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는 태도는 문제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언론에서 제기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전혀 없다. 실제 현재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나 다른 선진국보다 낮다. 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생활물가가 상승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서민밀착 물가만 오르고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물가상승은 전초전에 불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 신정부 탄생으로 당분간 이어질 달러강세, 원화약세와 최근 들썩이는 원자재 가격 인상은 물가 대세상승의 조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시그널만으로는 안 된다. 5년 전 정부가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전·월세 시장 안정화 방안, 공공요금.보육료 안정 방안 등과 같은 굵직한 정책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정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주요한 정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도 이해하지만 서민경제를 생각하는 게 우선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