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017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안철수 前 국민의당 대표 "기업이 무슨 죄가 있나.. 범죄 저지른 기업인과는 구별해야"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7 17:57

수정 2017.01.17 22:17

(5) 안철수 前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과의 양자대결로 갈 것…연대론은 실체없어
반기문 정치할 확률 50%…손학규 함께 할 수 있어
성장이 우선…민간이 일자리 만들도록 기반 닦아야
대담=조석장 정치부장·부국장

"철수요? 제 이름이 '안철수'입니다. '안' 철수입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통합.연대론에 선을 긋고 이번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강론을 앞세웠고 당대 당 통합도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선거,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의를 위해 '통 큰' 양보를 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의지였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철수정치'를 물어도, '안철수 현상이 사라졌다'고 꼬집어도, '지지율이 왜 이렇게 낮으냐'고 지적해도 시종일관 담담했고 차분했으며 또 단호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파이낸셜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자강'을 앞세워 이번 대선에서는 반드시 완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통합.연대론에 대해서는 "역대 선거에서 스스로 정당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우리 후보에 자부심을 갖지 않는 정당이 이긴 예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사진=김범석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파이낸셜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자강'을 앞세워 이번 대선에서는 반드시 완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통합.연대론에 대해서는 "역대 선거에서 스스로 정당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우리 후보에 자부심을 갖지 않는 정당이 이긴 예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사진=김범석 기자

안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직 양보를 '평생의 가장 큰 결단'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3자대결로 가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100%라고 봤는데 단일화 협상 중 문재인 후보가 3자대결로 가겠다고 발표했다"며 "1%라도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곤 헛헛한 표정을 지으며 "솔로몬왕의 재판에서 생모의 심정으로 그랬다"고 했다. 당시 선택이 안 전 대표에게 유약한 이미지로 덧씌워졌다고 하자 "심약한 사람은 (양보를) 절대 못한다"며 오히려 시원하게 웃어 젖혔다.

다음은 안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안철수 현상이 소멸됐는데.

▲'안철수 현상'은 결국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분노였다. 약화된 게 아니라 오히려 강해졌다. 영국에서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와 미국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도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분노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전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심판을 받았다. 기득권 양당구조에 금이 갔다. 이런 흐름은 살아 있고, 지금이 더 크다. 정치에 들어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실수도 했다. 이젠 한국 정치 상황에서 어떤 것을 이루려고 할 때 누가 어떤 방법으로 방해를 하는지, 그것을 뚫고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게 됐다.

―지지율이 정체 중이다.

▲가장 큰 계기는 리베이트 조작사건이다. 정권 차원에서 '안철수 죽이기' '국민의당 죽이기'를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7명 전원 무죄가 나왔다. 당을 살리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낸 점을 인정해주리라 믿는다. 지난 몇 달간 대통령 탄핵에 이르는 국면에서도 개인적.정치적 이해타산을 고려하지 않고 나라를 살리는 심정으로 했다. 누구보다 먼저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이끌었고, 대선후보 8인을 초청해 탄핵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만 심각한 혼란 중 합리적 목소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법이다. 어느 정도 자욱한 먼지가 걷히면 모든 행적이 남아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해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대선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박근혜정권의 실정에도 정권이 연장된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권교체는 필수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국민의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대결하는 구도로 간다. 국민은 누가 더 정직한가, 누가 더 정치적 결과물을 만들어 능력을 증명했는가, 누가 더 책임져왔는가, 누가 더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가 이런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자신 있다.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다.

▲역대 선거를 보면 스스로 정당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후보에 자부심을 갖지 않는 정당이 이긴 예가 없다. 민주당이 오랜 기간 패배한 것도 계속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자강은 정당으로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금 연대론에는 실체가 없다. 우리 당은 38석이다. 우리 외에 누가 나와서 무엇을 만들었나. 실체도 없는데 우리가 n분의 1로 가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 당과 정체성이 맞는 분이라면 뜻을 함께하는 차원에서 입당해라. 그러면 당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우리 당이 집권하도록 하자. 그게 내 주장이다.

―연대의 대상은 누구까지인가.

▲우리 당에 입당해 함께 집권하려는 분은 세 가지 기준에 맞아야 한다. 이는 정권교체의 기준이기도 하다. 먼저 박근혜정부와 연관이 없어야 한다. 이건 너무나 당연하다. 둘째, 부패.기득권을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 세번째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개혁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포함되나.

▲손 전 대표는 우리 당에 입당해 함께 경쟁하고 함께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정 전 총리는 아직 정치하겠다는 선언을 안했다. 다만 (정 전 총리가 주장하는) 동반성장이 개혁의 의지다. 그런 차원에서 함께할 수 있는 분이라고 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반 전 총장의 경우 정치할 확률을 50% 정도로 본다. 민심을 청취하고 설이 지나고 2월 중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세 가지 조건 중 첫번째는 모르겠다. 박 대통령에게 안부 전화한 것을 보면 첫번째도 좀… 아무튼 두번째와 세번째에는 의구심이 있다. 함께하는 사람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 때 사람이 수면 위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은 의구심이 더 커진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공동경선을 제안했는데.

▲공동경선은 본질적으로 연대론이다. 국민은 더 이상 정치인에 의한 이합집산을 원하지 않는다. 여러 대선후보급 주자가 뜻을 모은다면 오히려 대선 결선투표제를 주장하는 게 민심에도 맞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이나 위기극복을 위해서도 옳다.

―성장과 분배 중 우선은.

▲성장이 우선이다. 성장을 하고 그 결과를 공정하게 분배하면 일자리도 만들고, 격차도 줄일 수 있다. 우리는 성장할 수 있고 성장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경제성장을 시킬 수 있다면 일본은 벌써 탈출했어야 한다. 그 많은 재정을 쏟아붓고도 20년째 장기불황이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이 경제성장을 시킬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그 기반은 교육개혁을 통해 창의적 인재를 키우고, 과학기술개혁을 통해 경쟁력 있는 과학기술력을 확보하고, 시장구조개혁을 통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산업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유독 공정성장을 강조하는데.

▲공정성장론을 누구보다도 먼저 얘기했다. 우리나라는 실력과 백이 싸우면 백이 이기는 나라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모든 국민이 알게 됐다. 백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경제는 활력을 잃고 성장하지 않으며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환경, 중소벤처기업이 실력만 가지고도 대기업을 누르고 더 큰 대기업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 도전과 희망, 그게 핵심이다.

―복지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복지는 성장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생산적 복지가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왜 도전하지 않는가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 보니 도전에서 실패하면 다시 재기하지 못한다. 사회적 안전망이 있으면 도전할 수 있다. 경제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회구조 중 하나가 앞에 언급한 공정경쟁이 가능한 산업구조이고, 다른 하나가 사회적 안전망이다.

―재벌개혁이 핫이슈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과 기업인을 구분하는 것이다. 기업이 무슨 죄가 있나. 기업은 국가의 경제활동에 공헌하고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준다. 그런 차원에서 반기업 정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범죄를 저지른 일부 기업인을 비판하는 것을 두고 기업과 기업인을 구분하지 않고 반기업 정서라고 해선 안 된다. 좋은 기업인은 사회적으로 존경하고, 칭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일부 나쁜 기업인 때문에 도매금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반면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업인은 단호히 처벌하는 게 옳다.

―구체적인 재벌개혁 방안은.

▲가장 시급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개혁이다. 일단 공정위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기업도 분할할 수 있다.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하되 독과점 폐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는 당연한 권한이다. 둘째, 권한만큼 책임을 물어야 한다.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공정위에서 회의록 원본을 공개해 누가,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주장해 어떤 결론이 내려졌는지 밝혀야 억측이 사라진다. 세번째로는 전관예우를 근절해야 한다. 전관예우는 사실 전관의 부탁을 받은 현관이 배임행위를 하는 것이다. 현관 배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한.일 갈등 등 민감한 외교현안이 많은데.

▲외교의 원칙은 두 가지다. 모든 기준을 국익에 맞춰야 하고, 이전 정부에서 정부끼리 협약 맺은 것을 다음 정부에서 그냥 뒤집어선 안 된다. 우선 사드는 정부 간 협약 전 반대 입장이었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협조하지 않으면 사드 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먼저 말하고 도입한다고 해야 했다. 그 과정을 뺐기에 국제적 명분도 잃고 수세에 몰린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과 사인했다. 뒤집을 수 없다. 차기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미국.중국과 치열하게 물밑접촉으로 협의해 중국이 대북제재에 협력할 때 사드를 철수할 수 있다는 정도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다만 위안부 합의는 다른 국가 간 협약과 달리 당사자가 생존해 있는 역사 문제이기도 하다. 재협상해야 한다.
단 박근혜정부처럼 역사 문제가 안 풀리면 경제.무역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중단할 게 아니라 분리해서 봐야 한다.

정리=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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