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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연기 내공으로 30년 세월 오갔죠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8 17:20

수정 2017.01.18 17:20

'더 킹'으로 9년만에 스크린 돌아온 조인성
10대부터 40대 아우르며 극 이끄는 검사 박태수役
"권력자들의 민낯 그렸지만 무겁지 않아 좋았어요.."
시사회때 영화 편집본 첨봐
제가 너무 많이 나와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죠"
19년 연기 내공으로 30년 세월 오갔죠

드디어 배우 조인성을 스크린에서 만난다. '쌍화점' 이후 무려 9년만의 화려한 복귀다. 18일 개봉한 '더 킹'(감독 한재림)에서 검사 박태수를 맡은 조인성은 고교생 시절의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며 극을 이끈다. 스스로도 '배우 조인성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연기 인생이 총망라됐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재민, '비열한 거리'의 병두의 강렬함도,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무한도전'에서의 허술함도 모두 만날 수 있다.

'한국만큼 권력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영화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다.
최근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 등 시국과 묘하게 맞물리며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그간 사회적 약자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담아낸 많은 영화와 달리 '더 킹'은 세상 위에서 군림하는 권력가들의 민낯을 들추며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부조리를 담는다. 마냥 어두울 것 같은 소재지만, 해학과 풍자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자아낸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인성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 영화다'라고 생각했다. 한 인물의 눈에 비친 시대상이 재미있었다. 그릇된 권력으로 일그러진 사회지만 재치있고 무겁지 않게 그려지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더 킹'은 그가 맡은 박태수의 일대기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격동의 시절에서 힘과 권력을 얻고자 했던 박태수의 인생 속 우여곡절, 희로애락이 담겼다. 그의 내레이션으로 인생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스쳐간 결정적 장면들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펼쳐지며 영화 속 대부분 장면에서 그가 등장한다.

조인성은 "영화 편집본은 시사회에서 처음 봤는데, 내가 너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쉴 새 없이 나온다. 내레이션까지 포함하면 전체 분량의 90% 이상에 등장하더라"며 크게 웃었다.

열악한 가정환경의 양아치 고등학생에서 우여곡절 끝에 사법고시를 패스한 20대, 검사로 권력의 중심에 나아가고자 했던 30~40대까지 조인성은 무려 30년의 세월을 오간다. 성공의 끈을 잡기 위해 때론 비열하고 비루하게 살아가지만 그는 박태수란 캐릭터에 대해 "착하고 순수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극을 이끄는 박태수란 인물이 매력이 없으면 영화의 힘을 잃는다. 마냥 비호감이면 관객들이 공감하겠나. 내가 본 박태수는 주어진 환경에서 권력을 선택했지만 도덕적 잣대와 끝임없이 갈등한 보통사람"이라고 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태수가 사법시험을 패스한 뒤 헹가래를 받으며 활짝 웃는 모습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태수라는 인물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장면이고, 나 역시 느끼고 싶은 환희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더 킹'
영화 '더 킹'


9년만에 영화관에서 관객들과 만나기 때문일까. 인터뷰 내내 그의 설렘과 조바심이 느껴졌다. 그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딱 걸리는 작품을 기다리다 보니 늦어졌다"며 "2011년 제대 후 영화 '권법'을 차기작으로 정하고 기다렸지만 제작과정에서 계속 꼬이면서 지연됐다. 결국 3년을 기다리고 하차했다. 드라마로 할 수 있는 것은 드라마로 선택한 결과"라고 했다.

톱스타로 마냥 자신만만할 듯했던 그가 '위기감'을 드러낸 것은 의외였다. "사실 항상 '선택받지 못할 것'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을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했고, '권법'이 무산됐을 때 느낀 위기감은 말도 못한다"고 털어놨다. 그랬기에 '선택'이 가지는 의미도 남다르다고 했다. 그는 "'더 킹'이라는 작품은 물론이고, 실제 내 삶에서도 선택 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순간순간에서 태수의 선택이 중요한 변화와 결과를 초래했듯이 실제 내 선택들 또한 내 인생을 결정하지 않겠는가. 결국 삶이라는 건 선택과 타협의 연속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로 데뷔 19년차다.
초반에는 배우라는 이름에 너무 집착했다. 스스로에게 혹독했고 강하게 채찍질을 했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겠지만, 스스로에게 견뎌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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