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논란쓰] 월 2000만원 번다는 인형뽑기방, 세금은 안녕한가요?

조재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0 08:30

수정 2017.01.20 08:31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역 일대 인형뽑기방 중 한 곳 사업자등록증에 '간이과세자'라고 적혀 있다./조재형 기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역 일대 인형뽑기방 중 한 곳 사업자등록증에 '간이과세자'라고 적혀 있다./조재형 기자

인형뽑기방 관련 취재를 하던 중 우연히 뽑기방 한쪽에 걸린 사업자등록증을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괄호 속에 적힌 다섯 글자에 눈이 갔습니다.

‘간이과세자’

간이과세자는 연간 매출액 4800만 원 미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세금계산서를 작성하고 나눠줄 의무가 없고, 장부를 적지 않아도 됩니다.
소비자에게 간이영수증만 써주면 되죠.

연 매출 4800만 원이면 월 매출은 400만 원, 하루에 13만 원 정도 벌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한 매체를 통해 인형뽑기방 두 곳을 운영하며 월 2000만 원 정도 수입을 올리는 업주의 사례가 보도됐습니다. 이 내용을 토대로 간단한 계산을 해볼까요?

물론 정확한 계산법은 아닙니다. 인형뽑기는 지역과 시간대 등 변수가 많은 업종입니다. 북적이는 곳이 있는 반면 파리 날리는 매장도 있지요. 전수조사를 하기는 무리이다 보니 실제 보도된 수치를 기준으로 이어가보겠습니다.

‘수입’은 매출과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으니 매출이라는 단어로 바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업주는 매장 하나 당 1억 2000만 원의 매출을 올립니다. 월 매출로 따지면 1000만 원 정도죠. 이곳이 그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매장이라 가정하고 다른 인형뽑기방의 매출을 절반으로 떨어뜨려보겠습니다. 월 매출 500만 원에 연 매출 6000만 원입니다. 간이과세자 기준을 가뿐히 넘어섭니다.

1일 게임 횟수는 얼마나 될까요? 월 500만 원을 벌면 하루 매출은 16만 원 정도입니다. 한 게임 당 천 원이므로 하루에 집게가 160번 움직이는 셈입니다. 잠시 아래 사진을 볼까요?
지난 16일 오후 시민들이 수유역 일대 인형뽑기방에 입장해 있다./조재형 기자
지난 16일 오후 시민들이 수유역 일대 인형뽑기방에 입장해 있다./조재형 기자

이곳은 서울 강북구 수유역 인근에 새로 들어선 인형뽑기방입니다. 크레인 뽑기 기계 18대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160번이면 기계 1대 당 하루 9번꼴입니다. 조금 이상합니다. 사진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한 쌍과 친구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있습니다. 제가 10분 정도 매장을 살펴볼 동안 4명의 게임 횟수만 10번이 넘었습니다. 기계 1대 할당량을 채운 셈이죠. 고작 10분 새에 벌어진 일입니다.

홍대, 신촌, 강남, 부천 등 번화가에 입점한 인형뽑기방은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문전성시입니다. 모든 기계에서 동시에 게임을 하고 있는 풍경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인기 있는 뽑기방이 저 정도밖에 못 벌까요? 만약 앞서 보도된 2000만 원이 매출이 아닌 이익금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간이과세의 문제점은?

그래서 간이과세는 왜 문제일까요?

가장 큰 의혹은 ‘탈세’입니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간이과세 적용 대상을 연 매출 1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자는 안을 내놨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힌 것도 탈세를 늘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간이과세는 영세 자영업자의 부가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간이영수증을 임의로 쓸 수 있어서 소득을 고의로 줄인 탈루업자가 편법으로 혜택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인형뽑기방은 현금 계산만 이뤄지기 때문에 시민들도 탈세에 대한 우려를 제기합니다.

[논란쓰] 월 2000만원 번다는 인형뽑기방, 세금은 안녕한가요?

■인기만큼 커지는 의혹의 목소리

평소에 인형뽑기방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A 씨는 “간이영수증을 발급하는 곳은 탈세가 쉽다고 들었다. 카드 결제도 없으니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의심은 된다”고 말했습니다. 30대 남성 B 씨는 “뉴스를 보니 하루 최소 100만 원 정도 번다더라. 1달이면 3000만 원이라는 건데 돈 놓고 돈 먹기 아닌가"라고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영세한 인형뽑기방은 간이과세 대상이 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편법으로 수익을 얻는다면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까지 창업 준비를 했던 30대 남성 C 씨는 “간이과세로 등록하면 처음 1년 동안은 10억을 벌든 20억을 벌든 세금 최대치만 내면 끝이다. 그래서 명의를 바꿔가며 새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라고 간이과세제도의 맹점을 지적했습니다.

담당 기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20대 여성 D 씨는 “인형뽑기방도 나쁘지만 관련 규제가 풀려있다는 게 더 문제인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20대 직장인 E 씨는 “반짝하고 망하는 사업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표하며 “어차피 곧 잠잠해질 것이라고 판단해 담당 구청과 세무서가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인형뽑기방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혹과 논란도 비례해 늘고 있습니다. 마치 그림자처럼 말입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인형뽑기방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조재형 기자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인형뽑기방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조재형 기자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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