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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선거판 가짜뉴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9 16:52

수정 2017.01.19 16:52

올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fake news) 비상등이 켜졌다. 유권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페이크 뉴스가 횡행할 낌새를 보이자 중앙선관위는 19일 단속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탄핵 정국으로 대선전이 조기에 불붙은 탓일까. 페이크 뉴스 주의보가 외려 때늦은 느낌마저 든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로 인해 미 유권자들이 농락 당한 건 물론 국제적 물의를 빚는 장면을 익히 보지 않았나. 사이버 공간에서 '광(狂)클릭'을 유발한 '교황의 트럼프 지지' 뉴스가 대표적이다. 미 대선 끝자락에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국내 뉴스 전문채널도 "트럼프가 '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을 보라'고 했다"는 페이크 뉴스에 낚이는 방송사고를 냈다.

당시 느꼈던 불길함이 기우는 아닌 것 같다.
연초 대선 행보를 시작한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가짜 뉴스에 된통 당한 기분인 모양이다. 누군가 충북 음성의 부친 선영에서 그가 차례 격식에 맞지 않게 음복하는 양 짜깁기한 '퇴주잔 동영상'을 유통시키면서다. 그는 "왜 할 일 많은 젊은 분들이 남을 헐뜯는 것에 기쁨을 느끼나"라고 푸념했지만, 포털이 '퇴주잔'이란 검색어로 도배된 뒤였다.

문제는 가짜 뉴스의 표적에서 어느 후보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페이크 뉴스의 주된 통로라는 사실은 뭘 뜻하나. 인터넷 강국인 한국 사회야말로 자신과 다른 견해를 관용하지 못하는 풍조가 심화될수록 가짜 뉴스가 서식하기에 더없이 좋은 토양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말이 생각난다. "SNS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라는 명언 아닌 명언이다. 간판스타 웨인 루니가 트위터를 통해 한 팔로어와 거친 언사로 논쟁을 벌이자 던진 충고였다. 트위터를 끊으라는 얘기가 아니라 SNS는 순기능 말고 역기능도 있음을 일깨운 것이다.


모바일 SNS는 진실과 허위가 뒤섞여 메시지가 빛의 속도로 유통되는 플랫폼이다. 매우 훌륭한 소통의 채널이지만, 사회적 흉기가 될 개연성 또한 배제할 순 없다.
가짜 뉴스를 이용한 SNS 폭로전이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단속 이전에 유권자의 분별력이 긴요할 것이다.

kby777@fnnews. 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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