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이쿠~ 쿵!".. '도로 위 지뢰' 불량 과속 방지턱

용환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09:00

수정 2017.01.22 09:00

"전방에 과속 방지턱이 있습니다."

어린이나 보행자 보호를 위해 자동차의 과속 주행을 방지하는 과속 방지턱. 안전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지만 중구난방 설치되어있는 과속 방지턱을 마주하는 운전자 입장에선 그리 달가운 존재는 아닙니다.

내비게이션이 미리 안내를 해주지만 과속 방지턱을 인지 못해 감속하지 못한 채 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지난해 1월 경기연구원은 과속 방지턱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민 10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응답자는 하루 평균 10.5개의 과속 방지턱을 경험하며, 이 중 42.9%인 4.5개에 대해 통행 중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과속 방지턱에 대해 68.1%가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잘 보이지 않아 불편하다'(31.9%), '필요 없는 곳에 설치되어 있다'(31.9%)를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운전자 54%는 과속 방지턱 때문에 사고위험을 경험했습니다. 사고위험 요인으로는 '앞 차량의 갑작스러운 감속으로 추돌'이 50.4%, '과속 방지턱 충격으로 차량 운전 조작이 어려움'이 23.4%, 그리고 '과속 방지턱을 피하려다 사고 발생'이 21.1% 순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과속 방지턱으로 인해 직접적인 차량파손을 당한 경험이 있는 운전자는 30.3%로, 10명 중 3명은 과속 방지턱으로 실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 과속 방지턱은 어디에 설치할까요?

과속 방지턱은 보행자의 통행안전과 생활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차량의 주행속도를 강제로 낮추기 위해 도로에 설치하는 턱입니다.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의하면 과속 방지턱은 차량 속도를 시속 30㎞/h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2차선 미만의 좁은 도로, 학교 앞·유치원 등 어린이 보호구역, 주거지역 보행자의 통행안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도로에 설치하게 됩니다.

반대로 교차로부터 8m이내, 버스정류장으로부터 20m이내, 지하도나 교량에는 설치할 수 없습니다.

과속 방지턱은 원호형, 사다리꼴, 가상 과속 방지턱 등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둥그런 곡선 모양의 볼록 원호형 과속 방지턱이 쓰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기준을 보면 과속 방지턱은 폭은 3.6m가 되어야 하고, 높이는 10cm를 넘으면 안 됩니다. 폭 6m미만의 좁은 도로에는 폭 2.0m, 높이 7.5cm를 넘으면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속 방지턱 전방 20m에는 반드시 경고 표지판이 있어야 하고 야간에도 눈에 잘 띄도록 반사가 잘되는 도료를 칠해야합니다.

보통 과속 방지턱 1개의 설치비용은 200만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비용 대비 교통사고 감소 효과 높고 시공이 간편한 것이 과속 방지턱의 장점입니다.

운전자를 당황스럽게 하는 방지턱도 있습니다. 도로면 위로 돌출되지 않고 노면표시만 된 ‘가상 과속 방지턱’입니다. 과속 방지턱인 줄 알고 급하게 속도를 줄였는데 가상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면 왠지 모를 배신감(?)까지 느끼기도 합니다.

몰론 어떤 유형이던지 과속 방지턱을 보게 되면 감속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속았다는 걸 알았을 때의 허무할 수밖에 없겠죠.

가상 과속 방지턱은 운전자에게 도로면 위에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는 것 같은 시각 현상을 유도하여 속도를 줄이도록 고안된 시설물입니다. 교통량이 많아 소음피해가 우려되는 곳에 많이 설치됩니다. 운전자 적응 문제가 있지만, 설치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설치와 철거가 손쉬워 최근 설치가 확대 중입니다.

다만 일정기간 경과 후 통행운전자들이 가상적인 시설임을 인지하고 감속주행을 하지 않아 효과가 감소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해외에선 트릭아트 기법을 활용한 3D 입체 가상 과속 방지턱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노면이 도출된 것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효과가 더 크다고 합니다.

자료=경기연구원
자료=경기연구원

■ 사람 잡는 '불량' 과속 방지턱

높이가 너무 높거나 도색이 벗겨져 오히려 안전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속 방지턱이 깨지거나 도색이 다 벗겨져버려 운전자가 인식하지 못한 채 과속 방지턱을 넘어버리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동차 하부에 손상을 입히기도 합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정한 설치 규정이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이른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인 유모씨는 "과속 방지턱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불필요한 곳에서 반복적으로 설치되어 있거나, 도료가 닳아 방지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가 도내 과속 방지턱을 전수 조사한 결과 3만1400개 중 26.8%가 기준 부적합상태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운전자가 급정거를 하지 않도록 안내하는 방지턱 사전 알리판이 없는 곳이 5280개소로 가장 많았고, 도색이 지워진 곳이 5130개소, 높이 10cm를 넘는 곳이 1890개소였습니다.

최근 3년간 한국 소비자원에 접수된 과속 방지턱 피해 사례는 모두 33건입니다. 차량 에어백 전개 등으로 인한 차량 파손 및 운전자 부상이 5건이었고 나머지 28건은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가 부적격 방지턱에 다친 사례였습니다.


과속 방지턱을 넘다 허리를 크게 다친 버스 승객에게 6400만원을 지급한 소송사례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과속 방지턱 규격이 맞지 않거나 시인성이 떨어지면 급제동으로 후방 추돌과 차량 파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안전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과속 방지턱 설치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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