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의 미국] 美 아웃사이더 대통령… ‘트럼프 월드’를 만들다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0 18:15

수정 2017.01.20 20:10

트럼프가 걸어온 길
독일계 아버지 회사 상속.. 물려받은 재산만 2억달러
부동산 대명사로 거듭나며 WWE대회 등 미디어 입문
대선 연설·공약 파격 행보.. 미래 전망 불확실성 확대
[트럼프의 미국] 美 아웃사이더 대통령… ‘트럼프 월드’를 만들다

미국 프로레슬링(WWE) 경기에서 링에 올라 상대를 메다꽂고, TV 리얼리티쇼 참가자에게 가차없는 독설을 날리던 부동산 재벌. 그런 그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력은 역대 대통령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항목으로 가득하다. 선출직 공직뿐 아니라 군 경력까지 없는 인물이 대통령직에 오른 것은 240년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계 이민자인 트럼프는 뉴욕 최대 부동산 개발업자인 프레드릭 트럼프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25세이던 1971년 아버지의 회사를 이어받았다. 당시 물려받은 재산만 2억달러에 달했다.
이른바 '금수저 상속자'다. 포브스는 지난해 9월 그의 자산이 37억달러(약 4조3567억원)라고 보도했다.

■'부동산 재벌'이자 'TV 스타'

회사 이름을 '트럼프그룹'으로 바꾼 트럼프는 본격적으로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1982년 그는 자신의 상징인 트럼프타워를 뉴욕 맨해튼에 지으며 성공한 기업인 반열에 올랐다. 지난 2000년에는 한국에 '트럼프월드'라는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정도로 '부동산 재벌'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트럼프 타지마할 카지노'를 건립 1년 만에 파산시키는 등 네 차례 도산한 것도 사실이다.

1990년대 미국의 불황이 계속될 무렵 트럼프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손을 뻗었다. 그는 미스 유니버스와 WWE 대회를 인수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프로레슬러로 나서 직접 링에 오르고,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엔터테이너로도 활약했다. 영화 '나홀로 집에2'에 카메오로 출연한 모습은 그가 대선에 뛰어들며 다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TV 스타로서의 모습은 미국 NBC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견습생)' 진행자다. 신입사원을 뽑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참가자들에게 거침없는 독설을 날렸다. 쇼 말미의 "너는 해고다"라는 대사는 유행어가 됐다. 그러면서도 대중에게는 자신을 똑똑한 사업가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CNN은 트럼프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부동산 재벌 이미지를 강경하고 대담한 사업가로 바꿨다"고 평했다.

다만 화려했던 TV 스타 생활은 그를 위기로 빠뜨리기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수차례 곤욕을 치른 성추행과 음담패설 논란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는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속어까지 입에 올리며 유부녀를 유혹하려 했던 경험담을 말했던 일이 폭로돼 큰 곤욕을 치렀다.

■'이단아'가 만들 불확실성의 미국

트럼프에게는 '정치 아웃사이더'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러나 그는 CNN이 "정계의 이방인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정계 진출을 노려 왔다. 지난 2000년에는 중도 하차했지만 개혁당의 대선 경선에 도전했다. 2012년에는 밋 롬니 당시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 2015년 6월 공화당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는 자신이 느낀 미디어의 힘을 적극 이용했다. '멕시코에 장벽을 설치한다' '불법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등의 극단적 공약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이민자와 주류 정치인 등에게 불만과 좌절을 품은 백인과 서민층을 열광시켰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는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도 미국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에 의문을 품던 일부 계층의 환영을 받았다.

11월 8일 불리한 여론조사 수치를 딛고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수많은 주류 언론이 코웃음치던 '숨은 표(샤이 트럼프)'는 트럼프의 허풍이 아니었다. 트럼프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수락연설에서 "우리의 움직임은 단순한 선거운동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대선 결과와 그의 연설처럼 미국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극한의 불확실성'에 빠졌다.
'트럼프의 미국'이 가져올 미래가 무엇일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