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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멕시코 대장벽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17:03

수정 2017.01.22 17:03

중국이 만리장성을 쌓기 시작한 것은 춘추전국시대(BC 770 ~ BC 440)부터다. 역대 왕조는 북방민족의 침입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들을 막기 위해 북쪽 변방에 소규모 성벽을 쌓기 시작했다. 통일 왕조인 진나라 시황제는 그 성벽들을 연결해 장성의 형태로 만들었다. 만리장성이 현재의 위치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완성된 것은 16세기 때다. 명나라가 몽골의 침입에 대비해 총 길이 2700㎞의 장성을 쌓았다.
만리장성이 완성되기까지는 무려 2000년이 걸렸다.

만리장성이 지구상의 최대 건축물 자리를 뺏길 지도 모르겠다. 20일(현지시간)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멕시코 접경에 대장벽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3000㎞가 넘는 양국 국경 전체에 장벽을 쌓아 불법 이민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집권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로 불법이민자 추방과 장벽 건설을 꼽았다.

멕시코 대장벽을 건설하겠다는 발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다. 미 의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6년 공화당의 주도로 국경장벽 설치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국경 일부 구간에는 이미 불법 이민자 차단을 위한 장벽이 들어서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전 구간에 확대해 최대한 빨리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대장벽 건설에 필요한 재원은 120억∼380억달러(약 14조∼45조원)로 추산된다. 의회가 비용을 선지원 해주면 추후 멕시코에서 공사비를 받아내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물론 멕시코는 한 푼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멕시코 대장벽이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에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도 문제지만 트럼프 신 행정부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내정자는 의회 청문회 과정에서 트럼프의 대장벽 건설 구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건설해봐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미등록 이민자의 대규모 추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국 사회는 아직도 관용과 다양한 의사표현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차단과 불통의 시대를 예고하지만 그럴수록 소통의 요구도 강하게 분출할 것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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