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김영란법 위반도 공수처가 수사?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17:03

수정 2017.01.22 22:25

[데스크 칼럼] 김영란법 위반도 공수처가 수사?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광폭 행보가 주목받는 가운데 야당을 중심으로 강력 추진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창설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검팀과 같은 수사기관 활동이 일상화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다 불신받는 검찰을 견제할 수 있다는 명분까지 더했으니 한층 탄력받는 모양새다.

특검팀은 한마디로 거칠 게 없다. 물론 특정 프레임을 설정해놓고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르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나 수사의 본질인 국정농단 사건보다 대기업 수사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반기업정서에 편승한다는 지적이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광장의 촛불로 대변되는 다른 한편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비롯해 이화여대 학사특혜 의혹,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구속 등 수사 성과 면에서 과거 어느 특검과도 견줄 바 아니라는 평가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정 사상 첫 직접조사도 시간문제다.
국회 추천을 통해 대통령(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했으나 통제받지 않는 특검의 위상을 웅변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공수처라는 새로운 권력기구 창설이 검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여러 논란이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동발의한 공수처 설치법안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사항을 공수처 수사대상에 포함한 점이 한 예다. '못 믿을' 검찰 대신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전담하겠다는 공수처가 400만명으로 추산(배우자 포함)되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 가운데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려면 조직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농.축.수산업.요식업 등 분야에서 큰 타격을 받고 소상공인 절대다수는 체감경기가 악화됐다며 하소연하는 마당에 기존 검찰과 경찰 외에 공수처까지 가세할 경우 서민경제 위축 등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특히 2014년 여야 합의로 도입된 특별검사.특별감찰관 제도, 특정 사건을 수사, 기소할 수 있는 박영수특검팀 같은 제도적 보장책이 마련된 터에 공수처까지 더해지면 옥상옥(屋上屋)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여년간 논란을 거듭한 끝에 폐기된 전례는 기구 신설의 당위성 못지않게 부작용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찮다는 점을 방증한다. 입법, 사법, 행정 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소불위의 독립기관 위상은 삼권분립 및 정부 구성원리 등 헌법정신에 반한다는 분석도 생뚱맞은 것은 아니다.

더구나 두 야당이 공동발의한 공수처 설치법상 국회의원 10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 처장은 국회 출석이 의무화된다. 권력으로부터는 독립하되 국회 장악 결과를 초래해 정쟁의 도구화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연한 시비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토론과 타협을 통한 정치 이슈 해결보다는 걸핏하면 형사사건화하는 정치 풍토상 공수처가 당초 취지처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등 논란은 여전한 것이다.


새로운 기구 혹은 제도를 도입하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여론의 절대다수 지지에 기대 도입했다가 시행 1년도 안 돼 시행령 개정을 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한 김영란법이 최근 사례다.
검찰 외에 수사와 기소권까지 쥐고 상시활동하는 공수처가 출범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 역시 '시행해보고 개선'이라든가 '촛불의 명령'이라는 식으로 밀어붙이기만 할 일은 아니다.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부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