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영 공백에 ‘삼성 미전실’ 필요성 더 커져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17:07

수정 2017.01.2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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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경영 공백에 미전실 폐지땐 삼성 미래없어
삼성그룹 톱3 집중 수사에 각사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
핵심 의결사항은 협의할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체를 약속한 미래전략실(미전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국면을 맞아 오히려 역할이 더 늘어나고 있다. 이 부회장을 포함해 최지성 미전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미전실 차장(사장) 등 삼성그룹의 톱3가 이번 특검에서 집중 수사를 받으면서 삼성은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에 놓였다.

조직의 갑작스런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둬야하는 상황에서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의 역할 확대가 불가피한 아이러니한 상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각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되 그룹 전반의 핵심 의사결정은 미전실과 각 계열사 사장단이 협의하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최악의 경우인 구속을 면했지만, 특검의 불구속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사실상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활동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 뿐만 아니라 최 부회장, 장 사장 등 삼성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한꺼번에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되면서 삼성은 미증유의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법적 공방이 장기전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이 부회장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 하만그룹의 인수와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 등 수조원이 넘는 인수합병(M&A)과 투자는 지금까지 이 부회장의 재가를 통해 적기에 의사결정이 추진됐다. 하지만 이제 삼성은 이 부회장의 부재 속에 이전과 다른 합리적인 절차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올해 대통령 선거가 이뤄지는 시기에 조직개편과 임직원 정기인사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해야하는 상황에서 삼성 컨트롤타워의 양날개인 이재용 부회장과 미전실이 동시에 기능을 상실할 경우 시가 총액 400조원 규모의 '삼성호'는 정상적인 운항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법적 공방이 적게는 반년 길게는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은 단기와 중장기 방안 등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는 각각의 전문경영인이 이끌어가되, 그룹 전반과 관련한 사안은 미전실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집단 협의체 방식으로 결정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 '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의 약속했던 미전실 해체는 이 부회장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동안 지킬 수 없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미전실은 지금과 같은 초비상경영 체제 속에서 올해를 잘 매듭짓고 내년 조직개편이 있는 올 연말까지는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따라 미전실의 존속 여부도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다음 지휘탑으로 삼성그룹 내 인사 서열을 따져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과 미전실의 김종중 전략1팀장(사장) 등을 거론하고 있다.

또 지난 2008년 4월 일명 김용철 변호사 폭로로 촉발된 '삼성 비자금 사태'를 계기로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때 비서실장 출신의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사장단협의체 의장으로 내세웠던 전례를 다시 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수빈 회장은 현재 삼성 내에서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유일한 회장 직함을 가진 삼성맨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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