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의 미국] 백인남자·억만장자·월가출신 ‘트럼프의 아바타’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17:36

수정 2017.01.22 17:36

트럼프 내각 출범 ..말 그대로 ‘화이트 하우스’
내각 백인 비율 86% 달해 오바마때 52%보다 높아
기업가 출신은 역대 최고, 15명 장관 내정자 중 5명
할 말은 한다.. 친러정책.워터보딩 반대
“멕시코 장벽 효과없을 것”청문회서 잇단 소신발언
사실상 반쪽 내각 의회 인준 15명 중 2명뿐
프리버스 비서실장 등이너서클 4인방도 주목
【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45대 미국 대통령의 20일(이하 현지시간)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 초대 내각도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15명 중 2명만 의회 인준을 받아 사실상 '반쪽짜리' 내각이다. 대신 공화당이 상원(공화 52석, 민주 48석)을 장악하고 있어 전체 인준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내각은 백인 남성.억만장자.군인.월가 배경을 가진 인사로 대거 구성, '트럼프의 아바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했다. 그러나 주요 각료 후보들이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소신 발언'을 쏟아내면서 이제는 '트럼프호'가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오히려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이너서클(inner circle)'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내각은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정치경험이 전혀 없는 '부동산 거물' 백인 남성인 트럼프 대통령처럼 공직 경험이 없는 억만장자 기업가 백인 남성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트럼프의 미국] 백인남자·억만장자·월가출신 ‘트럼프의 아바타’

■백인 남성.억만장자.군인.기업가 다수 포진

트럼프 내각의 백인 비율(86%)은 조지 W 부시 및 버락 오바마 초대 내각(74%, 52%)보다 높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히스패닉 각료가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흑인과 아시아계 역시 15명의 장관 내정자 가운데 각각 1명씩에 불과하다.

군 장성 비율(9%)은 부시 및 오바마 때(각각 4%)보다 2배 이상 높고 기업가 출신 비율은 역대 최고다. 15명의 장관 내정자 가운데 5명이 공직 경험이나 군 경험이 전혀 없는 전문 기업가 출신이다.

반면 공직 경험이 있는 인사 비율(55%)은 부시 및 오바마 초대 내각(96%, 87%)보다 크게 낮다.

■'할 말은 한다' 예스맨 거부하는 각료 후보들

트럼프가 자신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들이 트럼프의 주요 대선공약을 실천하는 '트럼프의 아바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상원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각료 후보들이 '예스맨(yes man)'을 거부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밝힌 정책들을 뒤집는 '소신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고 있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러시아는 영원한 비우호적인 적국"이라고 말했다. '바보나 멍청이들만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싫어한다'며 강경한 친러 성향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와 선을 그은 것이다. 트럼프가 비판한 핵무기 감축 정책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상원 인준을 받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청문회에서 러시아를 '미국의 주요 위협(국가)'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악평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해서도 '현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 동맹'이라고 평가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시키려는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에 반대했고, 무슬림 입국금지 공약도 특정 종교가 아닌 개인의 테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인 멕시코 장벽 설치에 대해 "물리적인 장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반기를 들었고, 무슬림 이민 심사 강화 방안도 "적절치 않다"고 반대했다.

백악관 관련 이슈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각료들 간 세계관 충돌이 정책결정에 혼돈을 가져올 수 있으며 특히 국가안보 이슈에 있어서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의도적으로 다양한 견해를 충돌시켜 창조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믿는 트럼프의 스타일이 백악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자신과 각을 세우는 각료 후보들과 업무 협업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일자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좋아 보이며 잘하고 있다. 나는 지명자들이 '내 생각'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표현하길 원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의 귀' 이너서클 주목

트럼프의 정책 방향을 이해하면서도 소신 발언을 할 수 있는 온건한 인사들이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면 트럼프와 직접 소통하며 주요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이너서클' 인사들은 백악관에 포진해 있다. 트럼프의 이너서클 멤버 중 한 명이자 대선기간 트럼프의 펜실베이니아주 선거캠프를 맡았던 데이비드 어반은 트럼프 이너서클의 '핵심 4인방'으로 레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수석고문, 켈리언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꼽았다. 어반은 "이들은 모두 트럼프가 귀를 기울이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평했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으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이끈 일등 공신인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을 지키는 '문고리 권력'으로서 백악관이란 기차의 운행을 지휘하는 한편 '예측 불가'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CNN은 예상했다.


배넌 수석 전략가 겸 수석고문은 프리버스와 동등한 지위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테랑 공화당 선거 전문가로 대선 승리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콘웨이 선임고문은 백악관에서도 '트럼프의 얼굴'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 직함을 가진 유일한 트럼프의 가족이자 트럼프가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알려진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는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트럼프에게 조언자 역할과 외부에 트럼프의 심중을 전하는 전달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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