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의 미국] "구질서 종말 시작.. EU '유럽감옥' 탈출할 것"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17:38

수정 2017.01.22 17:38

유럽 분열 고조 우려
유럽 우파 정당 지도자들 반EU 전선 확대 선언
佛 르펜, 지지율 1위 올라.. 반EU 대통령 당선 가능성
그리스 채무위, 獨난민문제.. 네덜란드 反EU정당 1당 등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유럽 분열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의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 지도자들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서부 코블렌츠에 모여 트럼프의 승리로 '구질서 종말'이 시작됐다면서 반유럽연합(EU) 전선 확대를 선언했다. 전날 나흘간 일정을 마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재계 주요 인사들은 유럽의 분열을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 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코블렌츠 회동에는 19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로 올라선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통령 후보, 네덜란드 자유당의 게르트 빌더스 당수, 독일의 반유로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공동 당수, 이탈리아 북부리그의 마테오 살비니 당수 등이 참석했다. 르펜 당수는 연설에서 "구질서에 대한 첫번째 주요 타격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였다"면서 EU 국가들이 조만간 "유럽이라는 감옥을 탈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100만명을 수용키로 한 결정은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메르켈 총리의 난민수용 결정을 '재앙적 실수'라고 비난한 바 있다.

르펜은 유로가 프랑스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모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은 유로 탈퇴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코블렌츠 회동에 참가한 반EU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가결 이후 세력을 확대하고 있고, 특히 제2의 브렉시트를 촉구하는 등 반EU 정서를 내세우는 트럼프 당선 이후 확장 동력이 높아진 상태다.

특히 독일과 함께 EU의 두 기둥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는 EU 탈퇴를 주장하는 대통령 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9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선 후보 지명 뒤 지지율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이 국민전선의 르펜에게 밀렸다.

피용은 23~25% 지지율에 머물러 25~26%를 기록한 르펜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피용은 약 28% 지지율로 25%가량이던 르펜을 앞질렀다.

오는 4월 23일 1차 투표, 5월 7일 결선이 예정돼 있는 프랑스 대선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트럼프 당선에 이은 또 한 번의 이변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보다 앞서 3월 15일 치러지는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빌더스가 이끄는 반이슬람, 반EU 국수주의 정당인 자유당이 1당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유럽에서 국수주의가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다보스포럼 참가자 상당수는 트럼프 시대 개막보다 유럽의 분열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제약사 머크의 최고경영자(CEO) 스테판 오슈만은 "(미국보다) 유럽이 더 걱정스럽다"면서 "프랑스 대선이 끝내 잘못되면 EU는 큰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은행부실 문제가 남아있고, 그리스 채무위기도 현재 진행형이며 독일에서는 난민 문제가 여전히 걱정거리라면서 "모든 게 변하고 있고, 이는 우려스러운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유로 분열을 경고했다.
다이먼은 정치 지도자들이 대중의 불만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포퓰리스트 지지기반 확대로 이어져 유로존이 쪼개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때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렸던 조지 소로스도 유럽의 분열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응아이레 우즈 옥스퍼드대 블라바트니크 행정대학원장은 EU의 핵심 국가들은 결속을 강화하는 반면 나머지 국가들은 독자노선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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