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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계 무너지는데 부처 칸막이는 여전.. "부총리급 컨트롤타워 만들자"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17:56

수정 2017.01.22 22:17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한창인데 주무부처 어디인지 불분명
빅데이터.O2O 분야도 마찬가지.. 이해관계 '교통정리' 하는 사이 글로벌시장서 경쟁력 떨어져
산업경계 무너지는데 부처 칸막이는 여전.. "부총리급 컨트롤타워 만들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 유통, 관광, 의료 등 기존 산업 영역이 허물어지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본격 AI비서 사업에 나서고, 삼성전자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가 하면 KT와 카카오는 인터넷 금융업에 진출하는 등 기업들도 기존 사업영역의 한계를 넘어 신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전 경제분야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 정부 부처도 부처간 업무 칸막이를 허물고 영역구분없는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와 사회 전반에 영역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는 반면 정부에서만 업무영역을 엄격히 지키면서 공공, 산업,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영역구분을 뛰어넘으려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모든 정부부처의 업무영역을 폐기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 부처에 상관없이 ICT와 융합정책을 주관할 수 있는 범정부 'ICT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할 대표 부처를 설립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현실적 제안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가 치뤄질 올해 정부조직 개편 논의를 통해 범정부 ICT 컨트롤타워 설립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확산돼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산업부-국토부-미래부, 주무부처가 어디야?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면서 정부부처간 역할이 모호해 기업들이 담당부처를 찾아 헤메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자율주행 분야다. 전세계적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완성차 업체와 ICT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이 한창이다. 지금은 자율주행차가 국토교통부의 운행허가만 받으면 일부 보호구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도로를 달릴 수 있지만, 이렇게 규제가 풀리는데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산업통상자원부, 국토부, 미래창조과확부 등 여러 부처를 헤메고 다닌 수고가 배경이 됐다. 업계 한 전문가는 "완성차 업체를 진흥하고 육성하는 산업부, ICT기업들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미래부, 차량 안전과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하는 국토부까지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의 실제 도로 주행 정책을 만드는게까지 어려움이 많았다"며 "AI의료사업이나 빅데이터 가공 사업 등 신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은 여전히 관련부처의 담당자를 찾아내는데까지 1년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있고, 이는 결국 한국 4차산업혁명의 속도를 늦출 수 밖에 없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 O2O, VR 분야에서도 부처간 이해관계 엇갈려

앞으로도 이런 경우는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재화로 부상하고 있는 '데이터'도 문제다. 이용자들의 구매이력, 위치정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확대되고 있는데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을 두고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당장 미래부가 데이터 거래소까지 만들면서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가 지상과제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쉽지 않은 부처간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게 숙제다. 민감한 금융정보의 활용 여부는 금융위원회도 개입할 수 있다. 또 지도 정보, 교통 정보등을 가공해 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토부도 협의에 참여해야 한다. 결국 4~5개 이상 정부부처가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만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분야도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교통 O2O 사업을 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카풀이나 택시 등의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는데 가장 걸림돌은 국토부의 규제"라며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려면 기존 기득권들의 반발이 심할수밖에 없는 국토부로서는 기존 교통체계에 소속돼 있는 기득권의 목소리를 배제할 수 없고, 교통분야 O2O 사업의 규제완화와 사업 활성화는 먼나라 얘기가 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현실의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부처간 이해관계 조율하는 부총리급 컨트롤타워 필요"

이처럼 여러 부처가 새로운 산업을 사이에 두고 협력해야 하지만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활발한 협업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수년전부터 부처간 칸막이를 허물고 정부 3.0을 도입하자며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여전히 부처간 활발한 협업은 요원해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ICT 분야만이라도 책임지고 진흥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ICT 전담 컨트롤타워를 두고, 부처간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김성철 교수는 정보문화부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국무조정실의 주파수 정책 기능, 문화부의 콘텐츠, 문화 진흥 기능, 행정자치부의 국가정보화, 개인정보 기능 등을 통합한 ICT 생태계를 전담하는 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여야 비례대표 1번인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등도 과학기술과 ICT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ICT 부총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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