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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여성 카레이서' 권봄이 "여성 편견 깨고 우승하고 싶다"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3 19:45

수정 2017.01.23 22:40

서한 퍼플모터스포트 소속선수
[fn이사람] '여성 카레이서' 권봄이 "여성 편견 깨고 우승하고 싶다"

폭발적인 질주와 스릴로 사선을 넘나드는 카레이싱은 자동차 마니아 남성들도 웬만한 담력과 평정심으로는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직선구간 최고속도 시속 300㎞, 최대중력 2.5배의 짜릿한 속도감에 앞서 한순간의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여성에게 취미는 가능하나 선수로 입문하기에는 문턱이 높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편견을 깬 서한 퍼플모터스포트 소속 권봄이 선수(31·사진)는 카레이서 세계에 당당히 실력으로 주목받는 여성 선수다.

2011년 카레이서에 입성해 2013년 KSF 3전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대회 2위로 남성들과 함께한 대회에서 처음으로 포디움에 올랐다. 이후 2015년까지 3년 연속 '올해의 여성 드라이버상'을 수상하는 등 카레이서로서 상승가도를 달렸다.
이는 좌절을 이겨낸 결실이었다. 2014년 대회에서 차량 전복으로 목을 심하게 다쳐 선수생활에 중대고비를 맞았다. 국내 레이싱 역사상 손꼽히는 큰 사고로 의료진은 더 이상 드라이빙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사실상 카레이서 사망 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권 선수는 의지를 불태웠고 팀원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 6개월간 재활을 통해 부상을 극복해냈다.

특히 지난해 4월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3위로 입상해 화려한 부활의 축포를 쏘아올렸다. 여성 카레이서가 쟁쟁한 남성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 단상에 오르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 등록된 국내 카레이서는 약 2000명. 이 중 여성 카레이서 비율은 4%가량이다. 여기서 수상실적을 보유한 여성 카레이서는 손에 꼽을 정도다. 부상을 이겨낸 권 선수의 수상이 빛을 발하는 이유다.

권 선수는 진정한 카레이서 역량은 '섬세하게' 판단하고 '빠르게' 움직일 줄 아는 '선택과 집중'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스타트 시그널이 뜨면 좁은 차 안에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서킷 위에서는 추월, 코너링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사고차를 피해야 하는 등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긴장의 연속으로 집중력이 상당히 중요한 스포츠"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카레이서라서 작은 성취에도 큰 집중을 받지만 따가운 시선도 감내해야 한다. '여자이기에 안될 것이다' '한계가 많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밝혔다.

권 선수가 카레이서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 꿈이기 때문이다.

권 선수는 "얼마 전 지인이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에는 어린이 미술학원 한쪽에 여성 카레이서가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림이 보인다"며 "그림 하단에 '권봄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성적과 기록도 중요하지만, 출전 경기 하나하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여성 카레이서로서 국내 카레이싱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권 선수가 차근차근 꿈을 이뤄가는 모습에서 포디움 최정상에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는 기대를 해본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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