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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한·미 FTA '잡 킬러' 아니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4 17:05

수정 2017.01.24 17:05

[여의나루] 한·미 FTA '잡 킬러' 아니다

지구촌의 초강대국 미국을 이끌어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20일 출범했다. 유세기간 중 기존의 국제안보와 무역질서를 뒤흔드는 발언과 때로는 같은 사안에 대해 금세 말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미국 내외의 많은 언론과 외국 정부들도 다가올 4년 동안 미국과의 관계는 물론, 인류 공동선을 위한 국제협력이 과연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내심 우려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자국 산업 보호 주장은 취임사에서 더 극명하게 강조됐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경제는 침체되고 세계교역 성장도 멈추었다. 국가 간 협력을 통한 인류 공동선을 실현하자는 다자주의는 곳곳에서 실패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기후변화 대응, 난민 문제 등 실패 예는 수두룩하다.
여기에 더하여 상품, 자본, 사람의 이동을 보다 역동적으로 자유화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가자는 세계화도 벽을 만났다. 낙수효과는 감질나는 정도인데 빈부격차는 확대되고 일자리만 뺏겼다는 반감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이러한 기존질서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어졌다고 필자는 본다. 예나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가 간 관계는 국익을 우선하는 냉철한 계산 위에 돌아간다. 이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미국은 다자간 협력보다는 일방주의, 시장경제와 자유무역보다는 정부의 개입과 보호주의적 조치를 강화해 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안전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이제는 상호 주요한 교역상대로서 양국 간 다방면에서의 협력은 서로 도움이 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체결 과정에서 양국에 공히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제 3월이면 시행된 지 5년을 맞게 되는 이 협정을 두고 미국 조야에서 볼멘소리가 간혹 들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유세 중에 이 협정을 잡 킬러(job killer)라고 발언한 바 있다. 틀린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기업의 투자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보다 한국의 대미 투자가 훨씬 크고, 지금 우리 기업은 약 8만명의 고임금 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러하다.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3월 이후 4년간 세계교역(상품+서비스)은 6.1% 감소한 반면 한·미 간 교역은 14.9% 늘었다. 이 교역의 증대가 한국에만 좋았던 것도 아니다. 우리 수입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은 8.5%에서 11%로 늘었고 미국 수입시장에서 우리 점유율도 2.6%에서 3.4%로 늘었다. 윈윈의 결과이다. 미국의 많은 FTA 파트너 국가 중에 이 정도의 윈윈 결과가 있는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분야에서 중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인 멕시코와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미.중, 미.멕시코 문제는 필연적으로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당연히 대비가 필요하다. 둘째, 미국이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 온다면 전전긍긍하면서 회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전술한 지난 5년간 이행을 평가하는 기초 위에 양국이 부족했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업그레이드해 양국 통상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셋째, 혼미한 탄핵정국과 대선의 소용돌이가 빨리 지나 정상을 회복해야 한다. 국가사회와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의 복지 또는 상호격차 해소를 통한 균형발전 등의 구호를 내세워 도와주지 않는다.
국익을 위한 냉철한 계산과 치열한 경쟁이 있을 뿐이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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