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취업

여성 청년구직자 93% “취업장벽 너무 높다”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5 10:23

수정 2017.01.25 10:23

여성 청년구직자 93% “취업장벽 너무 높다”
외환 위기나 금융 위기 때만큼이나 극심한 오늘날의 청년실업률은 외면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일부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취업시장에서 상대적 약자로 인식되고 있는 여성 청년들의 실업률은 어떨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20대 여성의 실업률은 8.8%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 구직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대한민국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굳건한 유리천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청년 여성들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다.

의견을 듣기 전, '우리 사회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의 취업장벽이 더 높다'라는 문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먼저 물었다. 93%의 응답자들은 '동의한다.
취업에 있어 여자는 불이익을 받는다'고 답했다. 정말 여성구직자들에게 유리천장이란 것이 존재하는 걸까.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면서 여성으로서 불이익을 받았던 적이 있는지'의 여부를 물었다. 무려 72%의 응답자가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고 답해, 취업 시 여성이 겪는 고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자라서 행복하지 못한 청년 구직자들
여성 구직자들에게 실제 구직활동에 있어 여성이라는 점이 불이익으로 작용했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다양한 하소연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여성보다는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는 이들의 답변이었다. 여성구직자 스스로 생각해도 본인의 조건이 더 좋음에도, 남성 지원자와의 경쟁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남자 지원자보다 명백히 더 나은 스펙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서류에서 탈락했다", "면접에서 대놓고 남성을 선호한다고 얘기했다", "아예 노골적으로 '여자인데 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등의 답변이 있었으며, 심지어 한 응답자는 "서류합격 후 면접장에서 면접관이 내게 '면접에서 여자인 게 점수를 깎아먹는다는 거 알아요?'라고 물었다. 애초에 채용공고에 남자만 뽑겠다고 명시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런 얘기를 할 거면 애초에 왜 불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결혼'과 '육아'에 대한 편견이 가장 큰 걸림돌
여성 취업 차별의 대명사로 꼽히는 결혼과 육아 문제도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었다. '애인여부를 질문하고 결혼시기를 질문한 후에 곧 결혼해야 되지 않냐고 하며 탈락했다', '결혼하기에 이른 나이였을 때에도 연애 중인지, 결혼 예정인지 등의 질문은 항상 받았다', '나중에 결혼과 출산 시 직장을 어떻게 다닐 생각인가 물었다'와 같은 사례는 예사였다. "면접 당시 결혼하면 직장 그만둘 거 아니냐고 단정을 지은 채 물어봤다. 아니라고 답하자 보통 대답은 그렇게 한다고 비아냥댔다"는 인신모독성의 반응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응답자는 "여성인 나에게만 면접에 결혼계획, 남자친구 유무에 대해 질문했고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해도 반응이 달랐다. '여자라서 (어쩔 수 없다는) 이런 말 할 생각이 있으면 이 자리에서 나가세요'라는 지시에 수모를 겪기도 했다"고 했다. "결혼 전부터 그만두라는 회사에서 퇴직 후 결혼해 재취업하려고 했는데 빵빵한 경력+외모+학벌에도 불과하고 결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면접에서 항상 떨어졌다"고 밝힌 바도 있었다.

■높아지는 입직 연령…여성구직자에게는 '치명타'
청년 구직자들의 입직 연령이 점점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나이' 문제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결혼'과 '육아'로 발생할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기업들의 노파심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채용과정에서 노파심치고는 다소 지나친 언행으로 구직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기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결혼이나 출산 계획이 없다. 하지만 출산 문제에 따른 문제로 채용이 배제되었다"고 답한 응답자를 비롯, "28살이었는데, 지속적으로 '나이가 많다'. '나이에 비해 무경력이다'라며 후려치기를 당했다", "30세라고 하니 서류탈락이더라구요. 같이 지원한 남자분은 붙었어요" 등 '나이'의 이유로 채용 불이익을 겪었다는 구직자들의 사례는 전체 318건의 답변 중 41건(약 13%)을 차지했다.

■"성차별도 열 받는데, 외모지적에 성희롱은 웬 말?"
"남자들만 있는 회사의 문화이니 감안해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여자인 제가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욕설과 성적발언을 남발하는 그들,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작년 하반기 인크루트의 설문 결과에서 밝혔듯, 구직자의 74.1%는 면접관의 '갑질'을 경험하고 있다. 남성에 비하면 상대적 취약 계층인 여성 구직자의 경우는 더하다.
외모지적에 성희롱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 작년 조사에서 한 여성 지원자는 "내가 키가 큰 편인데 면접관이 '들어오는데 스튜어디스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며 두 손으로 에스라인을 그려 너무 불쾌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성 지원자는 남성 면접관이 성적증명서를 보면서 "성에 관한 수업을 들었는데 성에 관심이 많으냐"고 물어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놓은 바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외모를 많이 따졌다"라는 답변이나 "애교 많아요?", "얌전하게 생기지 않았다, 나긋나긋한 맛이 없다"는 희롱에 불쾌함을 느꼈다는 답변이 나타났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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