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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심일 소령 공적 논란, 국방부는 무엇이 두려운가

문형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5 12:57

수정 2017.01.25 14:41

軍,‘육탄’이라는 일본식 박제에 집착하나 
역사의 실체를 밝히라는 간부들을 꺽는 이상한 군대
한국전쟁 개전 당시 적의 자주포를 '육탄'으로 파괴한 공로로 태극 무공훈장을 받은 심일 소령(당시 중위)의 공적 사실 여부를 가리는 '심일 소령 공적확인 공청회'가 지난 2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렸다.

그러나 기자가 방문한 공청회장은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와 ‘고(故) 심일 소령 공적확인 위원회’만을 위한 일방적인 ‘설명회장’이었다. 국방부는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軍, ‘육탄’이라는 일본식 박제에 집착하나
이날 공청회는 공청회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토론 없이 국방부의 공적확인위원회가 조사한 검증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후 질의응답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문제를 제기한 한설 육군군사연구소장(육군 준장)은 '10분간의 파워포인트' 사용해 공적위 결론과 다른 입장도 소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온창일 공적위원장은 “이 자리는 공적위의 조사 결과를 밝히는 자리”라며 고성과 함께 한 준장을 떠밀었다.

공적위는 한국전사 등 기록을 근거로 심 소령 공적이 사실이라고 일방적인 결론 내렸다.


공적위는 "1950년 6월25일 옥산포 전투에서 적 자주포 2~3대가 파괴되었음은 피아 문서를 통해 확인되었다"며 심일 중위가 '육탄 공격'을 시도했다는 일부 증언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준장은 근거로 제시한 사료의 일부 삭제흔적을 제시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역사적 기록에 대해 면밀하게 재검토 해야한다"고 반박했다.

공청회 참석 중 '육탄'이라는 폭탄을 짊어지고 적에 뛰어드는 일본군식 박제(프로파간다)에 우리군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수 없었다.

심일 소령의 공적뿐 아니라, 부사관의 영웅으로 묘사되는 ‘'육탄10용사'도 사실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지만 육탄10용사의 기념 행사는 더욱 뿌리를 굳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역사의 실체를 밝히라는 간부들을 꺽는 국방부
우리 군 수뇌부는 '육탄신화'에 빠져있지만, 다행히 소신있는 군 간부들은 '거짓되고 부패한 군은 월남처럼 패망한다'는 신념을 지키며, '군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해 노력중이다.

역사학을 전공한 한 장교는 "우리 군의 육탄 신화는 일본 군의 '육탄3용사'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일본 아사히 신문은 2007년 '육탄3용사'가 사실이 아닌 역사 왜곡이란 점을 밝힌바 있다"고 말했다.

이 장교는 "1949년 5월 4일 개성 송악산 전투에서 적 토치카를 향해 박격포탄으로 육탄 공격을 감행한 육탄10용사는 일부 지휘관들이 만들어낸 신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1사단 13연대장이었던 김익열 장군의 증언에 따르면 13연대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던 하사관학교 소속 10명을 인솔하던 소대장이 지형을 몰라 적과 조우하자 홀로 도망을 나왔다"면서 "이에 11연대장 최경록은 일본군 출신인 사단장 김석원 장군에게 일본군에 '육탄3용사'를 본 따 전사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장교는 "이러한 내용은 1968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발간한 한국전쟁사 등에 이를 부정하는 내용이 실려 있었지만, 현재는 폐기돼고, 한국전쟁사에도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장교는 "지난해 심일의 공적이 문제가 되자 육군은 2003년부터 우수 중대장에게 수여해온 '심일 상' 수여를 중단했다"면서 "야전의 정훈장교들 중 심일 공적 논란을 아는 정훈장교들과 지휘관들은 장병교육 과제로 심일신화를 쓰지않고 있다"며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 군이 '거짓'과 '부패'로 몰락한 월남군의 행보를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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