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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서민금융 지원, 잠자는 재산을 활용하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5 17:10

수정 2017.01.25 22:31

[fn논단] 서민금융 지원, 잠자는 재산을 활용하자

서민 경제가 어렵다. 좀처럼 나아질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서민 살림살이가 힘들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를 비롯한 각 경제주체들이 특단의 대책을 찾지 못한다면 큰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다.

우선 필자는 서민금융기관에서의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미청구 재산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미청구 재산이란 법률이나 약관 등에 정해진 기간 동안 원권리자가 사용하지 않아 휴면처리된 금융재산을 말한다. 여기에는 은행예금과 보험금, 주식신탁금, 주식예탁금, 카드포인트, 통신회사 및 유통회사의 소멸포인트 등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소유주가 찾아가지 않는 돈이다. 해당 회사에서는 소멸시효가 만료되면 이를 특별이익이나 잡익으로 회계처리하게 된다. 불로소득 내지는 공짜 돈이나 다름없다.

현재 그 돈의 규모는 약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미청구 재산 중에서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은 이미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고 있다. 이 돈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약 1조원이 넘으며, 이를 재원으로 미소금융 사업을 하고 있다.

은행과 기업으로부터 기부받은 약 1조원의 돈을 더해 약 2조원의 자금으로, 지난 8년간 24만명에게 2조1000억원이 지원되었다.

신용카드사에서는 휴면카드포인트를 모아 이를 재원으로 학자금 대출 등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앞으로 모든 금융사가 미청구 재산을 활용해 서민을 돕는 따뜻한 사회공헌 활동을 할 것을 기대한다. 아울러 미청구 재산을 출연하거나 기부하는 기업에는 손비 인정 등 세제상 우대혜택을 주는 유인책 등을 충분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출연 규모가 큰 기업은 자체적으로 재단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고 작은 기업은 서민금융진흥원에 기부하면 될 것이다.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한 몇개 주에서는 모든 미청구 재산은 주정부의 관리 대상이 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중앙은행.연방은행에 각각 지급(pay)되며, 영국에서는 공인된 펀드에 이전(transfer)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국회의원이 미청구 재산 기부 관련 법안을 제안하고 있다.

법률로 출연하거나 기부(donation)하게 하는 방식은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전(transfer) 방식을 취한다면 이런 문제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소멸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출연이나 이전받는 기관은 공인된 공적 기관에서 관리하도록 해야 하는데, 지난해 설립된 서민금융진흥원이 이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계점에 이른 서민이 빈곤층으로 떨어진다면 결국 이들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서민금융이 앞장서서 지원해야 한다.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이종휘 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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