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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웅, 그 신화와 진실

지난 2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선 6·25전쟁 당시의 전쟁영웅에 대한 공적사실 여부를 가리는 공청회가 열렸다.

그 영웅은 고(故) 심일 소령. 6·25전쟁 당시 적의 자주포를 '육탄(肉彈)'으로 파괴했다는 공로로 태극 무공훈장이 추서된 인물이다. 그의 행동은 신화적이다. '심일 소대장을 선두로 5인의 특공대가 북한군 자주포에 뛰어올라 포탑의 뚜껑을 열어 수류탄과 화염병을 던지고 뛰어내리자 불길이 치솟으면서…'라는 무용담이 교과서에 실릴 정도였다.

그런 그의 공적이 과거 군의 '전쟁영웅 만들기'로 인해 조작된 것이라는 항간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방부가 구성한 위원회 측이 공청회를 개최한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공청회장에선 "국방부 측의 일방적인 발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방부 측은 한국전사 등 기록을 근거로 심 소령의 공적은 사실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했다.

한설 육군군사연구소장(육군 준장)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10분간의 파워포인트'를 사용해 공적위 결론과 다른 입장도 소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준장은 국방부 측이 제시한 사료의 일부 삭제흔적을 제시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역사적 기록에 대해 면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온창일 국방부 공적위원장이 "이 자리는 공적위의 조사 결과를 밝히는 자리"라며 고성과 함께 한 준장을 떠밀고 나선 것이다.

심일 신화는 진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장면이 불편하게 여겨지는 건 과거 군이 보였던 육탄신화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이다. 육탄신화란 폭탄을 짊어지고 적에게 뛰어든 젊은 전쟁영웅의 이야기들이다. 신화가 역사가 되려면 철저한 검증과 사료가 뒷받침돼야 한다.

역사학을 전공한 한 장교는 이런 얘길 한 바 있다. "우리 군의 육탄신화는 일본군의 '육탄3용사'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일본 아사히신문은 2007년 '육탄3용사'가 사실이 아닌 역사 왜곡이란 점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교는 "지난해 심일의 공적이 문제가 되자 육군은 2003년부터 우수 중대장에게 수여해온 '심일상' 수여를 중단했다"면서 "야전의 정훈장교들 중 심일 공적 논란을 아는 정훈장교와 지휘관들은 장병 교육 과제로 심일 신화를 쓰지 않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기자에게 얘길 건넸다.

신화가 자랑스러운 역사로 남으려면 우리는 철저한 고증과 사료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공개된 자리에서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군의 행태는 신화에 대한 집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