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 양손에 선물 꾸러미 귀성객들로 '북적'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6 14:49

수정 2017.01.26 14:49

설 연휴 하루 앞둔 서울역 · 고속터미널 ·공항
고향 향하는 시민들 얼굴 기쁨과 설레임으로 환해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선 오전10시부터 지.정체 시작
해외여행 떠나는 사람 많아 국제선 청사 아침부터 활기
마음은 벌써 고향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이 손에 손에 선물 꾸러미를 든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사회혼란 및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고향행 시민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 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마음은 벌써 고향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이 손에 손에 선물 꾸러미를 든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사회혼란 및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고향행 시민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 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공항 등은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정한 시국에 어려운 경제사정까지 겹쳤지만 부모, 친척에게 줄 선물을 한보따리씩 준비한 시민들은 기쁘고 설렌 마음을 안고 고향으로 향했다.


■양손에 선물 가득…서울역.버스터미널, 연휴 전날부터 '북적'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역은 귀성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대합실 자리가 모자라 일부 시민들은 서서 열차를 기다렸고 식당과 카페는 손님들로 붐볐다.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고향을 향하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고향이 부산이라는 직장인 양성모씨(33)는 "이번 연휴가 짧아 미리 휴가를 내고 먼저 출발하게 됐다"며 "홍삼 등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미리 샀는데 좋아하실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설을 맞아 휴가를 나온 국군 장병들도 기대로 부푼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육군 병장 박모씨(22)는 "동생도 군인이어서 지난해 설에 둘 다 내려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는 동생도 온다고 해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인다"고 전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도 고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나같이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다른 한 손에는 선물이나 작은 가방을 든 모습이었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줄어든 선물에 마음은 무겁지만 오랜만에 만날 부모, 친척들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달랬다.

직장인 이상훈씨(31)는 "취직하면 명절 때 부모님께 좋은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요즘 월급이 빠듯하다"며 "직접 사지 못하고 회사에서 나온 선물만 들고 가니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기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버스를 이용하려는 학생들도 많았다. 취업에 고민을 안고 있었지만 명절을 맞아 일부러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학 졸업반으로 회계사를 준비중이라는 김민수씨(26)는 "취업은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에 준비하고 있다. 새해에는 가족들 건강하고 취업이 빨리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휴학 중이라는 대학생 백아현씨(23.여)는 "최근 시국이 어수선하다지만 취업이라는 개인 걱정이 더 큰 게 사실"이라며 "올해는 인턴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고향 대신 해외로…공항 이용객 200만명, 역대 최다

김포공항은 버스나 기차 대신 하늘길을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이번 설 연휴기간 인천.김포.김해.제주를 포함한 전국 15개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총 200만8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루 평균 40만1000여명이 공항을 오가는 것으로, 역대 설 연휴기간 최다다.

고향을 찾는 대신 해외여행을 가려는 여행객들도 많았다. 4일의 짧은 연휴를 맞아 인근 일본이나 중국, 대만, 홍콩 등을 찾기 위한 승객들로 국제선 청사는 이른 아침부터 활기를 띄었다.

김정석씨(35)는 "일본인 여자친구를 만나러 도쿄에 간다"며 "결혼을 계획 중인 만큼 여자친구 집안 어른들과도 만날 예정이어서 선물도 준비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학생 홍승용씨(24)는 "설을 맞아 도쿄에서 유학 중인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밝혔다.

가족 단위 해외여행객도 눈에 띄었다. 가족과 함께 3박4일로 대만에 간다는 장승명씨(80)는 "설을 굳이 우리나라에서 보내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며 "지난해에는 안 갔지만 평소 명절 때 가족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귀성 행렬이 본격 시작되면서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서 지.정체 현상이 빚어졌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정체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돼 갈수록 심해졌다. 특히 밤부터 서울.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북부에 비 또는 눈이 내리면서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명절까지 이어진 촛불 vs 맞불…시민들 '눈살'

이날 서울역에는 설 명절 민심을 잡기 위해 보수,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총출동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설날 대국민 캠페인 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맞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대통령 탄핵 반대 호소문을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시민들은 명절에도 계속되는 정치 공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송수환씨(32)는 "설날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평안하게 보내고 싶은데 고향길에서조차 정치적 다툼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예병정 구자윤 김문희 김규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