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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걸 다..] 인턴 많이 한 청년입니까? 행복주택 ‘탈락’입니다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30 09:16

수정 2017.01.30 09:16

청년 위한 집이라면서 알바 많이 하면 자격 안 될 수도
인턴만 전전한 것도 서러운데 4대보험 납부가 입주 발목 잡아
LH 화성동탄 행복주택 조감도 (파이낸셜뉴스DB)
LH 화성동탄 행복주택 조감도 (파이낸셜뉴스DB)
‘행복주택’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주로 청년층을 위해 내놓은 공공임대주택입니다. 일부 지자체들도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위치하면서도, 새로 지어 깨끗하고 주변시세의 70% 수준으로 저렴합니다. 도심 지역의 부담스러운 주거비용 탓에 당연히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 대규모로 입주자 모집에 나선 서울 오류지역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계층 대상 166호(29㎡)에 6,079명이 몰려 경쟁률 36.6:1을 찍었습니다. 성남 단대지역(26㎡)은 6호 모집에 무려 1,130명이나 접수해 188.3:1이었습니다.


입주하기 힘든 만큼 공정한 추첨이 기대됩니다만 지원자격에 맹점이 있었습니다. LH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에 따르면 사회초년생 기준은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한 기간’이 총 5년 이내여야 합니다. 국민연금가입증명서를 기준 삼습니다. 납부 개월 수가 총 5년이 넘었다면 자격 기준이 안 되므로 탈락입니다. 그런데 졸업 후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단기계약직 등 경력도 이에 합산합니다. 수입이 적거나 단기적인 소득활동도 국민연금이 납부됐다면 포함합니다. 이처럼 행복주택은 사회초년생 기준을 국민건강보험 등 필수적인 사회보험 가입 기간으로 정합니다.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라 하더라도 4대 보험이 필수인 요즘입니다. 그래서 인턴·알바 경험이 많을수록 입주 자격 요건을 맞추기 더욱 불리해집니다.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4년 11개월하고 어렵게 취직해 2개월이 지나면 행복주택 입주자격이 안 됩니다. 만약 같은 조건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은 사람이면 행복주택 입주자격을 얻게 됩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경제적인 문제를 혼자 힘으로 해결한 청년은 오히려 발목을 붙잡힙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이 넉넉해 아르바이트가 필요 없는 사람은 행복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근로자의 사회보험료를 원칙적으로 낸 사업장에서 일한 청년일수록 행복주택 입주는 불리해지는 상황입니다.

LH 의정부호원 행복주택 조감도 (파이낸셜뉴스DB)
LH 의정부호원 행복주택 조감도 (파이낸셜뉴스DB)

고용의 질을 고려치 않고 소득활동으로 보는 현재 입주자격은 행복주택 취지를 무색게 합니다. 청년 실업 문제는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잡지 못해 인턴만 반복하는 청년들이 넘쳐나 ‘호모인턴스’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묵고 묵은 사회문제를 외면한 행복주택 입주 기준은 문제가 커 보입니다.

앞으로라도 고용의 질이 낮은 기간을 제외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현재도 행복주택 입주 자격에 따라 회사 재직증명서를 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턴증명서도 심사에 활용하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사회보험은 월소득과 연동됐기 때문에 납부액으로 소득 추정이 가능합니다. 일정 기준을 정해 너무 적은 수입으로 판단되면 그 기간은 고용의 질이 낮은 것으로 보고 합산에서 제외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사회초년생 기준의 불합리성에 대해 LH 행복주택 관계자에 물었습니다. 답변 내용을 종합해 보면 “국민연금은 1개월 미만 단기 근로자나 일정 소득 이하자는 의무가입이 아니므로 어차피 월급이 적으니 자연스럽게 납부되지 않아 기간 산정에서 제외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국민연금 가입 제외 월소득 하한액은 28만원이고 단기근로 인정도 1달에 60시간 미만입니다. 보통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는 이 기준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불법이 아니고서야 국민연금 가입을 피하기 힘듭니다.

LH는 2015년 서울 삼전지역을 시작으로 4차례에 걸쳐 7,225호를 공급하면서 현행 사회초년생 기준을 고수해왔습니다.
다행히도 국토교통부가 10만호 넘게 행복주택 사업을 승인한 상태이므로 앞으로 모집 기준이 변경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LH 관계자도 현재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입주 기준은 계속 다듬어 왔고 앞으로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 나가겠다”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버텨온 청년들이 행복주택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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