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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이재용과 새옹지마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31 17:33

수정 2017.01.31 17:33

[여의나루] 이재용과 새옹지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많은 언론에서 특검 수사가 난관에 부딪혀 동력을 잃게 되었다고 보도하고, 법원의 결정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촛불민심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기각에 대해 의혹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실망하는 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나 판사 개인에 대한 비난 또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만으로는 현재의 국정농단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특검에서는 이번 영장기각을 계기로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는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을 설득하지 못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어느 점에서 소명이 부족했는지, 법리적 관점의 차이에 대해 보강할 논리는 없는지를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검은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상당한 기간 장고(長考)를 했는데, 이러한 장고의 원인이 혐의 입증 및 법리적 쟁점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 기회에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도 실망이나 분노를 넘어서서 특검 수사를 계속 지켜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장이 기각됐다고 하여 무죄인 것은 아니다. SK 최태원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효성 조석래 회장은 불구속기소됐으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구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게다가 추후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이번 영장기각 건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자는 영장청구 당시 영장발부 가능성을 묻는 지인들에게 수사기록을 직접 보지 않아서 답변이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뇌물죄에서 증뢰자는 수뢰자와 비교할 때 구속기소가 이루어지는 비율이 낮은 점, 특검이 영장청구를 하기 전에 장고를 한 점, 영장청구 죄목을 뇌물죄 외에 횡령죄와 위증죄까지 포함시켜 포괄적으로 기재한 것은 뇌물죄 단일 죄목만으로 구속이 어려울 수 있다는 특검의 판단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는 점도 영장발부를 장담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사법부를 비난하고 불신하기보다는 일단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에 맞추어 다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에 바라는 점도 있다. 이번처럼 중대한 영장 사건의 경우에는 판사 1인이 밀실의 권한을 행사하는 점에서 의혹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결정문에서 이유를 보다 자세히 기재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기각결정문을 보면 간략하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만 기재돼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세상만사 새옹지마이다. 이번 영장기각이 오히려 미진한 부분을 보강하는 계기가 됨으로써 특검의 수사에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철저한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소된 이후 무죄판결을 선고받지 않으면 이번 영장기각 건이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번 특검 수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 정경유착이 단절되고 깨끗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계기가 된다면 최순실 사태가 나라 전체로도 새옹지마가 될 수 있다.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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