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물려주어야 할 가치, 우리의 문화재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2 16:50

수정 2017.02.02 16:50

[특별기고] 물려주어야 할 가치, 우리의 문화재

'조선왕조실록' 사이트에 들어가 '화재'를 검색어로 넣으면 1200건이 넘는 원문이 나온다. 임금이 불이 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대비책을 지시하거나, 서고에서 책을 꺼내는 책임있는 사관의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화재는 자주 발생하고 재난은 엄청나다. 화재를 마귀에 비유해 화마(火魔)라고 부르는 것도 그 상흔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재는 재산상 손실을 넘어 문화적·역사적 가치가 손상된다는 점에서 그 상처는 회복이 어렵다.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화재, 태풍, 홍수에 의한 문화재 피해가 컸고 그러다 보니 이러한 재난에 대비하는 방재대책은 꾸준하게 강조돼왔다. 하지만 최근 재난 유형이 다양화, 대규모화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체계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발생한 지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넓은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의 경험을 통해 문화재 하나하나뿐 아니라 문화재가 자리한 지역 전체의 면적 보호를 위한 방재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소수의 관계자만이 아닌 문화재 소유자와 관리자, 지역주민, 전문가 등 가능한 한 많은 이가 함께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관·학 협업의 중요성도 새로이 일깨웠다.

이러한 점을 교훈 삼아 문화재청은 오는 10일 문화재 방재의 날에 서울 창경궁 통명전에서 문화재 지킴이들과 문화재 재난대응훈련을 함께 하고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문화재 안전사랑 손수저작물(UCC) 공모전을 개최한다. 또한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기관, 지자체, 관련 전문가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각종 재난에서 문화재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각자의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재난예방은 표시가 잘 나지 않는다. 즉 정책효과를 구체화하기 어려운 분야로 이는 문화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1달러를 재난예방에 투자하면 4달러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는 미국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연구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제 어떻게 마주칠지 모를 재난으로부터 문화재를 온전히 지켜내려면 더 체계적이고 완벽한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효과를 보기 힘들 수 있는 정책과 대응은 앞으로 우리와 다음 세대가 문화재를 계승하고 누릴 수 있는 탄탄한 토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유·무형의 문화재를 감상하고 체험하면서 전통과 역사라는 기나긴 시간여행에 빠져든다. 과거의 거울을 통해 현재를 반추하는 방법의 하나가 문화재를 접하는 일이다.
만일 수백년 동안 자리를 지키던 문화재가 어느날 대형재난으로 인해 눈앞에서 사라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유적의 소실이 아니라 우리를 지탱해왔던 역사의 뿌리와 가슴 깊이 체화된 전통 정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일이다.

문화재 방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국민이 문화재 지킴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후대에 물려줘야 할 문화재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많은 이의 눈길과 발길을 이끌 것이다. 역사의 가치를 전해주는 노력,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몫이 아닐까.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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