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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KTX와 SRT ‘윈윈’하려면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2 16:51

수정 2017.02.02 16:51

[차장칼럼] KTX와 SRT ‘윈윈’하려면

최대시속 300㎞를 낼 수 있는 슈퍼카 브랜드 두대가 레이싱을 펼치려면 어떤 기획을 해야 관객을 많이 끌어모을 수 있을까. 속도를 감안한다면 안전한 트랙이 있어야겠고. 차의 제원과 드라이버의 경력까지 사전 마케팅을 충분히 해야만 겨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국내에는 슈퍼카는 아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시속 300㎞급 경쟁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수서발 고속철도로 불리는 SRT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요금과 운행시간 등을 비교하는 정보 교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미 유튜브에는 비교시승기가 동영상으로 올라와 조회 수 수천건을 기록 중이다. 가장 손쉽게 비교가 가능한 것은 KTX 서울역~부산역 구간(417.4㎞)과 SRT 수서역~부산역 구간(399.9㎞) 이다. 거리차이는 17.5㎞가 났고 도달시간도 SRT가 20분 짧았다.
요금은 SRT가 무려 7000원 싸다. 짧아진 거리를 감안하더라도 7000원 차이는 소비자들에게 파격적으로 느껴질 만한 수준이다. SRT에 탑재된 콘센트는 1인당 1개로 KTX(4인당 1개) 대비 승객을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반면 하루 주차비는 서울역보다 수서역이 3000원 비쌌고, KTX처럼 간식 카트를 운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마도 코레일에 비해 적은 인력으로 운영하다 보니 카트 운용 인원까지는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 짐작해본다.

두달 안팎 되어가는 SRT의 성적표는 이번 설 연휴 승객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월 26~30일 5일간 SRT를 이용한 승객은 30만명에 이른다. 당초 예상치(약 26만명)보다 4만명 많은 수치다. 출퇴근용으로 많이 이용하는 평택·동탄·수서 지역 주민들이 정기권을 요구하고 있어 조만간 더 다양한 요금제와 상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SRT의 출현으로 KTX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장기적·간접적으로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요금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소비자 혜택을 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언급한 '마일리지 제도 도입' 역시 SRT와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고심해온 전략이라는 게 기자의 추측이다. 멤버십 회원에게 KTX 이용요금의 5%를 적립해 주는 마일리지를 3년 만에 부활했다. 수서와 강남 쪽 소비자들이 SRT 이용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코레일은 지난달 사당역~KTX 광명역 셔틀버스 운행을 시작하기도 했다. 요금제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간접적 혜택의 여지는 더 나올 수 있다.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현재 경쟁체제는 100% 완전경쟁이라고 볼 수 없다. SRT는 코레일 지분이 41% 출자돼 있다. 경쟁으로 코레일 출혈이 심해질 경우 엉뚱한 지역의 승객이 타격을 입게 된다.
경쟁으로 인한 적자를 보전하려면 수익이 나지 않는 벽지 노선 운행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이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 웃을 수 있는 건강한 경쟁체제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ksh@fnnews.com 김성환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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