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세종살이 석달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7 16:59

수정 2017.02.07 16:59

[차장칼럼] 세종살이 석달

35년 넘게 서울살이를 하다 3개월 전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사를 왔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복잡한 서울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자체가 기쁨이었다.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대한민국 행정수도인 세종시에서의 삶은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세종시의 첫 이미지는 깨끗함과 한적함이었다. 아파트 주변으로 산책할 수 있는 도로와 곳곳에 조성된 공원만 바라보고 있어도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은 집과 일터와의 거리였다.
차를 타면 5분, 도보로 20분 내외였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었다. 서울에서 거주할 때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내외였던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였다. 가족들과 집밥을 먹는 시간도 많아졌다. 서울에서는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퇴근을 하면 이미 저녁 8시가 훌쩍 넘는 시간이었다.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식사를 마치기에는 기력이 없었다. 주로 밖에서 끼니를 때우기가 일쑤였다. 세종의 생활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3개월 정도 지나니 서울이 그리워지고 있다. 생활의 단조로움을 떠나 무엇보다 세상과 소통이 되지 않았다. 전화나 SNS 등 각종 소통 창구는 많았지만 지인들과의 만남이 줄어들었다. KTX를 타면 서울까지 50분이면 도착하지만 심리적 거리는 그 이상이었다. 가끔 지인들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됐다. 세종시에서 처음 생활할 때 정부부처 공무원이 했던 말들을 이제야 알게 됐다.

3개월 전 정부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세종시 생활을 하다보니 점점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시장과 소통하고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는데 물리적 거리가 생각보다 멀다는 것이 요점이었다. "과천에 있을 때는 특별히 약속을 하지 않아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지금은 반드시 약속을 해야 하고 약속하고 만나면 무엇인가 목적이 있는 것처럼 비친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시장의 동향을 파악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같이 대외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업무를 할 때는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치 않다. 그러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의 소통은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그래도 과장급들은 시장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그동안 쌓아 온 인맥과 모임이 있어 다행이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공무원들은 시장과의 소통 자체를 경험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는 공무원의 말을 실감하는 하루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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