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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사회공헌에도 '변화의 바람'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8 17:07

수정 2017.02.08 17:07

[차장칼럼] 사회공헌에도 '변화의 바람'

"지금까지 TV나 신문에서 기업의 봉사활동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 '보여주기 위한 쇼'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힘들지는 몰랐다."

얼마 전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신입사원들과 서울 강남 구룡마을에서 연탄나르기 봉사활동을 함께 하며 들은 얘기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를 알 수 있다. 사회공헌활동은 이제 기업의 일상이 됐다.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신입사원은 물론 사장님까지 손수 김치를 담그고 연탄도 나르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특정 시기, 특정 지역, 특정 단체(또는 기관)에 대한 '쏠림'으로 그 진정성을 의심받곤 한다. 서울 시내나 경기도 인근에 있는 복지단체의 경우 연말연시면 찾아오는 기업들이 많아 '사진만 찍고 갈 거라면 차라리 오지 말라'고 아예 대놓고 얘기할 정도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말께 수도권의 어느 장애인복지시설에 후원물품으로 초코파이 수십 상자가 들어왔다. 며칠 후 상당수 초코파이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졌다. 원래부터 유통기한이 5일밖에 남지 않은 제품이었던 것이다.

'연탄나르기' '물품기부' 같은 사회공헌은 한계에 이르렀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사회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공헌을 열심히 하면 기업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기업 이미지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사회공헌이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구매 및 충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회공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영리와 비영리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발생가능한 리스크를 낮추고 사회에 더욱 도움이 되는 진정한 '착한 기업'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T는 낙후지역에 초고속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교육.문화.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주민들을 돕는 '기가스토리' 프로젝트를, CJ제일제당은 전국 각지 특산물을 생산하는 식품기업의 성장을 돕는 '즐거운 동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참여형 사회공헌'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롱기스트 런'이 그 예다.
참가자들이 각자 원하는 곳에서 달리고, 앱을 통해 달린 기록을 취합해 누적 거리에 따라 친환경 숲 조성, 환경미화원 마스크 지원, 어린이집 마이크로윈도 필터 지원 가운데 하나를 골라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기부와 봉사가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2011년 신년사)은 아직 유효하다.
정성을 담은 기부,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한 봉사는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그러나 기껏 좋은 일을 하면서 '생색내기용'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는 없지 않나.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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