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평창동계올림픽 2만여명 자원봉사자 처우 논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8 17:18

수정 2017.02.08 17:18

1년여간 교육.훈련 받고 행정.통역.안내 등 도맡아
집에서 평창 왕래 교통비 전혀 지급하지 않아 불만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자원봉사자 면접을 진행하면서 서울에서 평창까지 가는 버스 비용만 1만5000원인 교통비를 자원봉사자에게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벌어졌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자원봉사자 면접을 진행하면서 서울에서 평창까지 가는 버스 비용만 1만5000원인 교통비를 자원봉사자에게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벌어졌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평창올림픽 기간 활약할 자원봉사자 2만2400명을 선발하기 위해 면접을 진행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자원봉사자에 대한 처우 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조직위 등에 따르면 선발된 자원봉사자는 1년여간 교육과 훈련을 받고 경기장과 선수촌 등에서 행정, 통역, 안내 등을 맡는다. 인구 4만명 남짓인 평창에서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가 필수적이다. 자원봉사가 자발적 참여이긴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우가 지나치게 열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최근 올림픽마다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목적 달라진 자원봉사..일부 불만도

과거 자원봉사는 국제 대회의 성공 개최를 염원하는 애국자들의 자발적 행동이었다. 따라서 자원봉사자들은 대회 기간 최소한의 활동비를 받으면서 대회 운영과 각국 선수단 지원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청년층은 이른바 스펙 쌓기를 위해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력서에 경력 한 줄이라도 넣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들은 벌써부터 평창올림픽 조직위의 자원봉사자 대우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조직위에서 숙소, 식대, 간식 등은 제공하지만 교통비는 일절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직위가 숙소와 활동 장소 간에 운영하는 셔틀버스는 제공하되 본인 집에서 평창까지 가는 비용은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서울에서 평창까지 버스비만 1만5000원으로, 왕복으로 따지면 3만원을 봉사자가 부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열린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은 교통비 1만원(심야근무자 5000원 추가지급)과 식비 7000원을 받았다. 이마저 제 때 지급하지 않아 자원봉사자들이 상당수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는 자원봉사자 5만명 중 1만5000여명이 대우에 불만을 품고 대회 도중 이탈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평창은 인천과 달리 숙소도 제공하고 숙소와 활동장소를 오가는 셔틀버스 역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자원봉사는 무보수.자발적 참여가 원칙"이라며 "아직 자원봉사자 교육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자원봉사보다 직접 고용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올림픽 주최 측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으로 경비 절감에 큰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 로렌스 찰립 교수가 2014년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활동한 자원봉사자 4만명 덕분에 대회 주최 측은 6000만달러(약 689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이제라도 정부.지자체가 올림픽 같은 큰 규모의 국제대회를 개최할 때 애국심을 앞세워 자원봉사자를 동원하기보다 제대로 된 임금을 주고 직접 고용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올림픽 같은 대회를 유치할 때 경제 효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크게 홍보해 놓고는 정작 대회 운영을 자원봉사자들에게 의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데다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대가를 주고 직접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애국심에 기대는 20세기적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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