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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4차산업 시대, 소프트 파워를 키워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9 17:12

수정 2017.02.09 17:12

[여의나루] 4차산업 시대, 소프트 파워를 키워라

아마존 시대가 오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에 따르면 아마존의 브랜드가치는 1064억달러로 전년 대비 53% 폭증해 3위에 올랐다. 반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1071억달러로 간신히 2위에 머물렀다. 브랜드파이낸스는 애플의 혁신 능력에 대한 우려로 브랜드가치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아마존은 지능정보, 소프트웨어(SW)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실제로 CES에서 다수 기업이 애플과 구글 대신 아마존의 지능정보 음성인식서비스 '알렉사'를 선택했다.
개방을 통해 타사와 개발자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한 덕분이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알아보고, 외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전략도 주효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3차 산업혁명까지는 노동, 자본, 자원이 중요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서는 상상력, 데이터, 지능정보 등과 같이 혁신을 위한 소프트파워가 핵심이다. 수동적이고 지능이 없는 식물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능동적인 동물 같은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신발은 단순히 발을 보호하는 역할에 그쳤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발은 센서와 네트워크로 무장한다. 이 신발을 신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하루에 몇 발자국을 어떻게 걸었는지, 오늘 혹은 이번 주 에너지 소모량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본인에게 맞는 에너지 소모량을 제안하고 운동시간 알림과 이동경로 추천까지 해준다. 외부 기온에 맞춰 스스로 집안 온도를 조절하고, 부족한 식재료들을 미리 주문하는 냉장고 등도 있다. 공장에도 지능정보기술을 덧입히면 생산전문가를 고용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장 설비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품종 생산은 물론이고 수율 등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금, 다행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토대인 ICT인프라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원과 자본이 없었던 우리나라가 이전 산업혁명에서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잡은 저력과 자신감도 자산이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확보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우리에게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우선 소프트파워를 강화해야 한다. 상상력과 간단한 생각의 전환에서 오는 아이디어를 자산으로 이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또 개방형 혁신을 통해 외부와 협력하고,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들을 우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 ICT와의 융합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구조, 제도와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한다. 꼭 필요한 규제 외에는 과감히 규제를 혁파하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기존 산업혁명 시대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해 수년간 해운, 조선 등 주축산업에서 큰 위기를 겪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도 여야 없이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며 경제 재도약방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총과 총알이 있어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총알이 발사되지 않듯이 이제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길 때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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