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정부, 중국의 '사드몽니'에 뒷짐만 질텐가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9 17:13

수정 2017.02.09 17:13

[데스크 칼럼] 정부, 중국의 '사드몽니'에 뒷짐만 질텐가

중국의 '사드 몽니'가 도를 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시작된 중국의 몽니는 갈수록 강도를 더하는 형국이다. 처음에는 중국 국내여행사를 통해 한국으로 오는 단체관광객의 발을 묶더니 한류 연예인의 광고시장을 옥죄는 한한령에 이어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에 소방점검이니 세무조사니 하는 온갖 구실을 대가며 노골적으로 보복을 가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화장품에 대해 서류 미비, 품질문제 등을 꼬투리 잡아 무더기로 통관을 거부했다. 한 달 뒤에는 더 까다로운 조건을 만들어 화장품은 물론이고 라면 등 식품까지 무더기로 수입을 거부했다. 수입허가를 못 받은 화장품 68개 품목 중 19개가 한국산 화장품이고 물량만 2.5t에 달한다.


표면적 이유는 중국 당국이 요구하는 합격증명서 미제출 등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통관이 막힌 제품에는 화장품 외에도 사과주스, 라면, 과자, 김, 쌀 등까지 망라됐다. 우연의 일치인지, 작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은 작년 화장품 등에 대한 품질 등 검역기준을 대폭 강화했다고 한다.

문제는 정부 간 갈등에 애꿎은 기업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갈수록 심해지는 사드 몽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공산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통기간이 짧은 식품은 검역이나 통관을 조금 늦추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의 의도에 의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통관이나 검역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일부 수출식품은 소비자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이 일부에 대해 보복성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서고, 일부 기업도 더 큰 보복을 우려해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현장에서는 논란마저 빚어지는 상황이다. 현지에서 매장 철수나 통관 및 검역 관련 정보가 나올 때마다 기업들은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뺀다. 일부 기업은 중국 당국의 조치에 대해 일정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드 보복' 논란의 한가운데에는 중국 정부와 우리나라 기업만 있다. 정작 대등한 관계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우리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 제품의 안전을 좀 더 꼼꼼히 따지자는데 우리 정부가 나서서 가타부타하는 것은 내정간섭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사드갈등 이전의 통관·검역이나 중국 내 한국 기업을 대하는 태도 등을 비교해봤을 때 최근 중국 당국의 태도는 분명히 보복성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니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에 명분이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정부 당국은 최소한 사드보복 여부에 대한 정확한 진위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상호주의에 입각해 따질 건 따지고 설득할 건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동시에 리스크가 상존하는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을 줄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나 사드 탓만 하면서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가.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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