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최순실 사태 장기화, 속타는 국민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9 17:18

수정 2017.02.09 17:18

[기자수첩] 최순실 사태 장기화, 속타는 국민들

'신성한' 법정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지난 6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10차 공판기일에서 고영태씨에 대한 반대신문이 진행될 때였다. 최씨 측 변호인이 고씨를 다그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할머니가 최씨 측을 향해 고성을 지른 것이다. 할머니는 "나라를 망치게 한 사람을 비호하는 게 그렇게 좋냐"고 소리쳤고 일부 방청객은 박수를 보냈다. 판사는 "피고인이 재판에서 할 말을 해야 모두 수긍할 결과가 나온다"며 방청객을 제지했다.

소란은 처음이 아니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지난달 26일 "최씨가 특검으로부터 인권유린을 당했다"며 연 기자회견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 시민은 "민주주의를 모독하지 말라"며 이 변호사와 설전을 벌였다. 전날 최씨가 특검에 출석하며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소리칠 때도 한 노동자가 "염병하네"라며 힐난했다.

시민들은 한결같이 답답하다고 말한다. 국정농단 사태는 장기화 조짐이 보인다. 최씨는 특검에서 입을 다물고,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결백하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증인을 무더기 신청하는 등으로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탄핵심판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지금 시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답답한 마음에 어디든 찾아가 시원하게 내뱉고 싶은 욕구가 이처럼 터져나오는지도 모른다.

'사이다' 발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면 좋겠지만 사태는 단순하지 않다. 판사가 말한 "모두가 수긍할 결과"가 맴도는 이유다. 법정이라는 단어 앞에 '신성한'이 붙는 이유는 제도적으로 보장된 사법부의 독립성 때문이다. 판사는 주어진 법리를 기준으로 유.무죄를 판단한다. 판결에서 인용되는 것은 오직 검찰의 공소사실, 증인에 대한 신문 그리고 권리를 보장받은 피고인의 '말'이다. 만약 피고인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선고가 된다면 사회적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가 제도의 모순인지 개인의 일탈인지 여부는 앞으로 법원 판결, 특검 수사, 헌법재판소 선고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증유의 국정농단이라는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회 갈등은 증폭되고 시민들의 답답함은 울화로 치닫는다.
조속히 공정한 매듭이 지어지길 바라는 이유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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