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대선주자 정책 'So How' 담아라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9 17:18

수정 2017.02.09 17:18

[기자수첩] 대선주자 정책 'So How' 담아라

때아닌 대선판이 벌어졌다. 원래대로라면 대선주자의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았을 시기다. 누군가는 벚꽃대선이 치러진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예정대로 12월에 대선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일단 대선판이 벌어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대결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향후 5년을, 어쩌면 더 긴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발하는 아주 중요한 대결이다. 그리고 그 대결은 분명 정책을 중심으로 치러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네 대통령을 뽑는 대결은 정책보다는 이념, 공약보다는 구호, 메시지보다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치러져 왔다. 이념도, 구호도, 이미지도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예비 국가지도자가 가진 비전과 이를 실현해낼 수 있는 능력을 살피는 것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정치전문가가 하나같이 "대선 매니페스토(구체적 예산.추진일정을 갖춘 공약)"를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대선의 초반 레이스 점검표를 작성해본다면 어떨까. '정책선거로 치러졌나요'라는 문항에 절반의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주자마다 분야별 정책구상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며 대선의 이슈를 정책으로 끌고 왔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2012년 대선에서 각종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판쳤다는 것과 비교해도 상당한 진전이다.

다만 진정한 매니페스토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구체적인 예산도 없고 추진일정도 없다. 추상적이고 선언적 발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어떤 주자는 일자리를 수십만개 만들겠다고 했고, 어떤 주자는 국가의 보육비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또 다른 주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 대선주자 캠프 측 관계자는 "굳이 상대 후보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예산 마련방안까지 밝힐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에게 전하고 싶다.
'굳이 상대 후보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예산 마련방안'을 국민은 정말 궁금해한다고 말이다. 어떻게 그 '좋은 정책'을 펼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상대 후보만이 아니라고 말이다.


각 대선캠프에 부탁한다. 앞으로도 정책 행보를 이어가겠다면 꼭 그 정책 속에 "So How(그래서 어떻게요)"를 담아달라고. 그래야 '예비 국가지도자'에서 '예비'자를 뗄 수 있지 않을까.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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