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여의도에서] 투자자들은 왜 자본시장을 믿지 못하나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0 17:14

수정 2017.02.10 17:14

[여의도에서] 투자자들은 왜 자본시장을 믿지 못하나

"나는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에 내 돈을 맡기지 않습니다. 매니저도 자주 바뀌고, 운용방식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자산운용사 사장의 말이다. 펀드시장에 수십년 간 몸담은 그마저 펀드를 믿지 않는다는 고백은 자본시장의 불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본시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살아간다. 우선 우리의 노후의 일부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 544조9000억원(2016년 11월 말 기준) 가운데 543조7000억원(99.8%)을 자본시장에서 운용한다.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간접적으로 국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각종 공제회, 퇴직연금.개인연금 등도 기금을 자본시장에 투입한다. 은행 이자가 1%대에 불과한 초저금리 시대여서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지 않으면 기대수익률을 맞출수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20~30년 동안 투자하는 연금의 수익률이 연간 1%만 높아져도 노후 5년을 더 보장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일반인의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공모펀드는 자금이 빠지며 외면받고 있다.

자산운용사 대표를 지낸 한 인사는 자업자득이라고 말한다. 일부 펀드가 고객의 돈을 쏙쏙 빼먹기만 했다는 것이다. 펀드에 손실이 커지면 방치하고, 새 펀드를 만드는 식의 영업방식도 만연했다. 반토막 이상 손실이 난 사례도 수두룩하다.

판매사도 뜬다 싶은 금융상품으로 고객을 몰아 쏠림현상을 부추겼다. 일반 투자자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거품을 만들었고, 거품이 꺼지면 대규모 손실로 피눈물을 흘렸다.

주식 직접투자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의 신뢰 부족으로 일반투자자들이 떠나고 있다. 자본시장의 꽃이던 애널리스트가 수난시대를 맞는 것도 신뢰 부족이 한 원인이다. 애널리스트가 법인영업 등에 내몰리면서 투자자가 아닌 기업의 구미에 맞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시장 및 기업 전망은 빗나가기 일쑤였고, 돈을 잃은 개미들은 증시를 떠났다. 개인들이 떠나자 증권사들은 실적부진의 부메랑을 맞아 애널리스트를 대거 감축하고 있다.

한때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나 스타 애널리스트 연봉은 큰 걸로 열장(10억원)에 달할 만큼 '귀한' 몸이었다. 여의도 식당가 등은 증권맨의 씀씀이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옛말이 됐다.

금융당국이 증권사 리서치 개선방안을 내놨지만 무용지물이다. 지난해 매도 보고서는 1건에 그쳤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장외채권은 거래 메신저의 ○○대학방, ○○향우회 등에서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힌 거래가 만연해 있다.
연기금.증권.보험.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수백조원의 채권 중 일부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품앗이하듯 거래되고 있다.

고령사회 초기인 지금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대 연금자산은 약 1000조원에 이른다.
자본시장이 신뢰를 잃고 신음하는 것은 우리의 노후 대비에 커다란 손실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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