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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트럼프의 거짓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0 17:14

수정 2017.02.10 17:14

[세계 석학에 듣는다] 트럼프의 거짓말

지난 30년간 사라진 일자리에 대한 책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하는 것과 달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나쁜' 무역협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다. 1993년 12월 발효된 NAFTA로 인한 일자리 감소폭은 이 기간 제조업 고용 감소폭 21.4%포인트 가운데 0.1%포인트에 불과했다.

반세기 전 미국 경제는 풍부한 제조업 일자리를 공급했고 잘 갖춰진 설비로 노동력을 흡수했다. 현재 이 같은 기회 대부분은 말라버렸다. 이는 의심할 바 없이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미 제조업 고용 붕괴가 '나쁜' 교역협정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미 제조업 고용이 줄고 있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 없이 분명하다. '대안(적 사실)'은 없다. 주범은 생산성 증가와 제한된 수요다. 이 때문에 제조업 고용비율은 1960년대 30%에서 한 세대 뒤에는 12%로 떨어졌다. 그 뒤 비중은 9%로 더 떨어졌다. 잘못된 거시경제정책, 특히 레이건 시절 적자지출과 과도한 통화긴축이 달러를 급격히 끌어올리면서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미국은 자본과 금융 순수출국의 적절한 역할에서 물러났고, 덜 발전한 나라들이 투자기금의 근원 역할을 하게 됐다. 마침내 중국의 이례적인 급격한 성장이 제조업 고용을 8.7%로 떨어뜨렸다. NAFTA는 이 비중을 8.6%로 낮췄다.

간단히 말해 '나쁜' 교역협정은 경제적 기회 감소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 미국의 교역-실제로는 산업- 정책이 제조업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좌우 스펙트럼 모두에서 특정 그룹은 교역을 문제로 지목해왔다. 사실 멀게는 1993년부터 필자는 노조지도자, 의원, 로비스트 등 교역협정 반대론자들에게 왜 다른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같은 정도의 에너지를 쏟아내지 않는지 반문해오고 있다.

이런 고집스러운 반대는 지금까지도 내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지금껏 찾아낸 최고의 부분적 해답은 철학자 어니스트 겔너의 좌파 학자들에 대한 잔혹한 관측에서 출발한다. 겔너에 따르면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정치가 계급에 집중됐던 정치조직의 노력들을 몰아내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치인들은 대중영합주의자들의 에너지를 활용해 위험한 외국인들에 대한 무모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그러나 이 또한 부분적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부적절한 설명일 뿐이다.

산업정책과 관련해 나는 2016년 스티븐 코언과 공저 '콘크리트 경제학'에서 정책담당자들이 미국의 상호 연결된 생산자들과 엔지니어링에 관한 그들의 깊은 지식을 인식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미국은 부국들이 할 것으로 예상될 만한 일들을 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을 수출하고 무역흑자를 유지함으로써 세계의 저개발 국가들의 산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배리 에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가 지적하듯 도널드 트럼프의 경제전략은-그의 모호하고 오락가락하는 말들을 그렇게 부를 수 있다면-미 제조업 고용을 더 줄이도록 설계돼있다. 트럼프의 정책 우선순위들은 재정부양, 법인세 인하, 수입품에 대한 '국경조정'세 가능성,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금리인상 압력, 달러 강세만을 부를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국내 제조업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 당신들은 필요치 않다.

물론 트럼프는 그 자신의 정책에 애초부터 내재하는, 또 반생산적인 강달러 정책에 잘못이 있다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는 중국과 멕시코를 탓할 것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그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일부 좌파가 트럼프와 흡사하게 지난 30년간에 걸친 제조업 고용 감소 전부를 멕시코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는 미국과 세계에 큰 문제다.
흔히 보호주의와 결합하는 국수주의적 정치를 감안할 때-그리고 그게 트럼프 브랜드의 중심임을 감안할 때-이는 '광범위하게(bigly)'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다.

브래드포드 디롱 美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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